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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동양 최고 명군으로 손꼽히는 당태종의 말과 행동을 적나라하게 써놓은 책이 있다. 바로 당나라 사관 오긍이라는 사람이 편찬한 ‘정관정요(貞觀政要)’다. ‘정관정치의 요체’라는 뜻의 정관정요는 제왕학의 전설로 불린다. 당태종이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모으고 그들의 능력을 활용했는가 하는 정치 철학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정관(貞觀)은 당태종 재위 기간 사용했던 연호다.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천하를 다스리는 도가 바로 정관이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우리 역사에서 수차례 경험했듯 최고 권력자의 잘못된 행동과 결정은 나라 전체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당태종 역시 사람인지라 실수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성급하게 신하의 목을 친 뒤 크게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태종의 위대함은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데 있다. 부족함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거울 같은 스승과 신하를 곁에 두고 천하를 다스렸다.
당태종의 정치, 즉 정관지치(貞觀之治)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하들에게 역린(逆鱗, 군주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직언할 것을 권장했다. 둘째, 책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특히 역사를 통해 흥망의 이치를 터득하고자 했다. 셋째, 쉬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최상의 통치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가히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와 왕조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득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당태종에게 신하들이 직언하도록 하는 역할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문하시중 ‘위징’이라는 사람이 죽고 난 뒤 “하나의 거울을 잃어버렸다”며 내뱉은 당태종의 탄식이다. 당태종의 정치 철학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태종은 세 개의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최고 권력자의 자격에 대해 물음을 던졌던 것이다.
6.13전국동시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남도지사와 경남도교육감, 양산시장, 경남도의원, 양산시의원 등을 한 번에 뽑는 만큼 출마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나서는 사람과 주변에서 자격이 있다며 권유받는 사람들 이름이 앞다퉈 거론되고 있다. 언론은 이들의 자격을 검증하고, 유권자들 역시 이들의 자격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이 여러 이유로 자격을 잃는 모습을 봐왔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로 촉발한 4.19 혁명으로 하야하면서 자격을 잃었고,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탄압, 비자금 은닉사건으로 중형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 대통령도 자격을 잃었다.
다시 돌아가면 정관정요는 모두 40개 항목에 걸쳐 당태종이 가졌던 군주의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다른 이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라.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라. 자신감과 자만심은 다르다. 적마저도 끌어안아라. 낮은 자세로 아랫사람을 섬긴다. 적이라 해도 옳다면 받아들인다. 자기 그릇의 크기를 알라. 솔선수범이 가장 쉬운 리더십이다. 나에게 엄하되 남에게 관대하라. 유능한 사람은 도처에 존재한다. 재물을 탐하는 자는 재물을 아낄 줄 모른다….
현재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과 6.13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자격’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