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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장사는 시작도 못 하고…” 기다리다 지친 남부시장 청년..
경제

“장사는 시작도 못 하고…” 기다리다 지친 남부시장 청년몰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8/03/20 09:20 수정 2018.03.20 09:20
지난해 9월 개점 예고했던 사업
미루고 미뤄져 내달 개점 예정

늦어지는 사업에 포기자 속출
일부 청년 아르바이트로 생계

늦어지는 사업보다 더 힘든 건
소통 없는 일방적 행정에 ‘상처’

“전통시장 빈 점포를 활용, 미래 전통시장을 이끌어갈 청년상인 창업 지원을 통해 전통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한다”


양산시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청년실업 해소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청년상인 전통시장 창업지원’ 사업이 1년 가까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사업에 도전했던 청년상인 절반 이상이 포기했고, 일부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 남부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은 지난해 개업을 예정하고 시작했지만 해가 바뀐 지금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다른 지역 청년상점을 견학할 때만 해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있었지만 그때 함께 꿈꿨던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금은 떠나고 없다.
ⓒ 양산시민신문



양산시는 지난해 6월 19일 시청 홈페이지에 청년상인 모집공고를 올렸다. 양산남부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할 청년들을 모집, 이들을 지원해 전통시장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창업 교육과 인테리어, 홍보ㆍ마케팅, 자문 비용, 임대료 등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인테리어와 임대료 지원은 청년상인 신청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그렇게 많은 지원을 약속하며 시작한 사업이지만 예정 창업일은 자꾸만 뒤로 미뤄졌다. 9월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다시 12월 가게 문을 열도록 최대한 지원하라고 나동연 양산시장이 직접 지시 했지만 역시 해를 넘겼다. 그렇게 여름과 가을, 겨울이 지나 봄이 온 지금 청년상인 절반 이상이 떠나가고 새로운 청년들로 채워졌다. 물론 여전히 그들은 ‘상인’이 되지 못한 채 ‘준비’만 하고 있다.


다행히 내달에는 최소 ‘임시 오픈’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한다니 오랜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지친 몸과 상해버린 마음을 추스르는 일은 남았다.


양산시는 사업이 늦어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다. 본래 이 사업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란 게 양산시 설명이다. 실제 애초 사업예산 3억7천500만원 전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정부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한 사업이다. 여기에 양산시가 1억원의 예산(도비 5천만원 포함)을 보태면서 사업에 동참하게 됐는데, 이후 두 기관 간 협조체계가 매끄럽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는 처음과 달라진 사업 형태 때문이다. 청년상인 사업은 시작 당시 남부시장 내 흩어져 있는 빈 점포를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먼저 청년상인 사업을 시작한 곳을 견학한 후 방향을 바꿨다. 각자 떨어진 형태로는 청년상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 한 곳으로 모두 모아 쇼핑센터 형태 ‘몰’(mall)로 조성하기로 했다. 사업 효과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점포를 새로 구하고 계약을 다시 하는 문제로 시간이 지체됐다는 게 양산시 설명이다.

















↑↑ 지금은 내달 개점을 예정하고 내부공사에 한창이지만 청년상인들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불안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양산시민신문



하지만 양산시와 달리 청년상인들은 이런 부분보다 ‘소통’ 부재가 더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양산시 관계, 그리고 ‘몰’ 형태로의 사업 변경 등도 분명 문제였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청년상인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청년상인은 “아무리 세금으로 지원한다지만 ‘우리가 지원하는 사업이니 너희들은 잠자코 있어’,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예산을 지원받는 건 사실이지만 이건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인데 정작 우리 의견은 너무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청년상인 역시 “이제 가게 문을 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인 상황에 서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우리는 중심에서 밀려났던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 지금은 내달 개점을 예정하고 내부공사에 한창이지만 청년상인들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불안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양산시민신문



그나마 남은 청년상인들은 개점을 기대하며 과거 아쉬움을 달래고 있지만 늦어진 사업으로 중도 포기한 청년들은 아쉬움을 넘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사업 당시부터 함께하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결국 다른 곳에 점포 문을 연 A 씨는 “사업이 다소 늦어지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한 게 아니라 사업이 늦어지면 걱정하고 고민하게 될 우리 청년상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이해조차 없었다는 데 화가 났다”고 말했다. A 씨는 “무슨 ‘희망고문’처럼 조금만 기다리면 가게를 오픈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해 놓고 매번 약속이 어긋나게 되니 양산시를 믿고 기다릴 수가 없었다”며 “1년 동안 점포 임대료를 지원한다고 얘기했지만 남은 청년상인들 역시 가게 문도 못 연 상태에서 1년이 지나버려 정작 임대료 지원은 받아보지도 못하게 된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청년상인 지원 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상처 입은 청년들은 혹시라도 개업이 다시 늦어질까 우려하면서 동시에 난생처음 도전하는 ‘사업’에 희망도 품고 있다. 청년상인들이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지우려 노력하는 만큼 행정에서도 ‘지원’을 무기로 일방적 태도만 보일 게 아니라 보다 열린 자세로 대화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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