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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는 지난해 열린 제11회 원동매화축제가 끝나고 이같이 평가했다. 덕분에 42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원동지역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매화축제 관광객이 올해 주최측 추산 10만명으로 급감했다. 관광객이 75%나 줄었다. 이만하면 ‘폭망’이라는 표현을 써도 반박이 어려울 듯하다.
이 정도로 망한 축제라면 분명히 이유가 있다. 양산시는 첫 번째로 개화(開花) 시기를 이유로 들었다. 꽃이 안 폈기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축제가 열린 지난 17~18일 쌍포다목적광장 일원에는 매화가 거의 피지 않았다.
해마다 반복하는 차량 정체도 문제다. 사실 도로 여건상 정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양산시도 교통난 해소를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임시주차장 확대, 일방통행, 차량 이동 노선 분산 등 무척 애썼다. 열차 편을 확대하고 행사장까지 순환버스도 늘려 이용객 편의를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워낙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해마다 교통체증은 피해 가지 못했다. 교통체증을 이유로 매화축제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결국 매화축제는 교통체증을 감수할 만큼 매력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양산시는 매화축제가 이제 전국에도 알려진 유명 축제가 됐다고 자부한다. 과연 사실일까? 12번의 축제를 치른 지금쯤 아주 냉혹한 중간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매화축제가 가진 문제점은 상당 부분 이미 드러나 있다. 먼저 노점상 문제다. 축제에는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는 이유로 양산시는 그동안 노점상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 ‘노점상이 마구잡이식으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사실상 묵인했다. 일부 주민과 이장들이 마을발전기금, 청소비 명목으로 ‘자릿세’를 받아온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다. 그 결과 해마다 노점상이 축제장 노른자위 땅에서 영업한다.
노점상은 꽃을 감상하는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음식 위생과 바가지요금도 문제다. 생활용품과 금융상품에 이어 원산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각종 식품을 ‘건강식품’이란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한다. 사실 노점상 천막 자체가 이미 꽃구경을 방해한다.
매화축제가 주민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클지 모르겠지만 정작 축제로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주민들은 이익을 얻지 못한다.
반면 같은 시기에 열리는 미나리축제는 실제 농가들이 미나리 판매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거창한 공연도, 행사도 없지만 미나리 농가에는 손님이 들끓는다.
꽃이 부족한 부분도 중요한 문제다. 매화축제 행사장 대부분은 실제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곳이다. 당연히 매실 수확을 늘리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 문제는 가지치기를 하면 매화가 적게 핀다는 점이다. 양산시는 농민들에게 가지치기 자제를 요청하지만 농민 입장에서 그럴 이유가 없다. 매화축제 수익보다 매실 수확으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매실 수확을 포기하는 대신 매화축제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해결될 문제다.
마지막으로 매화축제와 어울리는 공연과 행사에 대한 고민이다. 12년 동안 많은 공연과 행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매화를 연상시키는, 매화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나 행사가 과연 있었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시립합창단 공연이나 사생대회, 버스킹은 매화축제가 아니더라도 자주 접하는 것들이다. 솔직히 공연과 행사만 놓고 보면 삽량축전과 매화축제가 다를 바 없다.
요즘 원동 주민들을 만나보면 매화축제 폐지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라리 미나리나 사과처럼 지역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축제에 집중하자고 한다. 그들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실제 매화축제는 12년 동안 뭐가 달라졌는지,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문을 닫는 게 싫다면 적어도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리모델링이라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