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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남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8/05/01 09:27 수정 2018.05.01 09:27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판문점 선언
‘전쟁위기설’에서 ‘한반도의 봄’으로…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관계 극적 전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정상 만남이 더 큰 만남으로 이어지길













 
↑↑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통일이 되면 북한 친구들과 말도 놓고 친하게 지낼 수 있나요?”, “북한으로 수학여행도 갈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기사를 보니까 리설주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데 김정은 위원장과 어떤 사이인지 궁금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통일부 어린이 기자단이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가 있는 킨텍스를 방문해 박극 남북정상회담본부 회담지원과장과 인터뷰에서 쏟아낸 질문이다. 


“통일이 되면 평양냉면을 꼭 먹어볼 거예요”,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통일이 되면 꼭 백두산에 가고 싶어요”, “북한에 있는 유물들을 직접 보고 싶어요”,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가보고 싶어요” 통일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다. 


“어른들이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북한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는데, 틀리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고 보고 서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통일은 돈이 많은 든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뜨끔해 할 당부를 하기도 했다. 


“내일 회담으로 꼭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통일이 안 된다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꼭 통일을 이룰 거에요” 당찬 포부를 밝힌 어린이 기자도 있었다. 


2018년의 어린이 기자단을 보면서 문득 1980년대 어린 시절 받았던 교육이 떠올랐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반공교육을 받았다. 그 속에서 북한은 모든 악의 근원이고, 무조건 나쁜 집단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살육과 파괴를 일삼고,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였다.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 통일과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돌았다. 북한은 연일 핵과 미사일을 실험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미국과 기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하자 북한은 “괌 인근에 화성 12호를 발사하겠다”고 맞섰다. 우리나라 안보위기는 최고조에 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달 뒤 우리는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테이블에 앉아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도 못 할, 말 그대로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국내ㆍ외 언론은 이번 회담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향후 상황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두 정상의 만남과 회담의 성공이 앞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나타냈다. 

 
역사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뤄진다.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이 발달한 현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일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귀결된다. 문자와 전화만으로는 상대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오히려 오해만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게 오해와 오해가 쌓여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의 굴레에 갇혀 상대를 끊임없이 적대하게 되는 것이다. 

 
남과 북 두 정상의 만남은 그동안 쌓여온 오해와 적대를 풀고 우리 민족의 운명을 판가름할 만큼 역사적이고 큰 만남이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1천531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7만3천611명이다. 생존자는 5만7천930명이다. 생존자 연령대는 80대가 41.5%, 90대가 22.7%, 70대가 22.1%다. 이산가족 1세대 고령화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남과 북은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8ㆍ15 전후로 갖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번 만남이 앞으로 모든 이산가족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실향민이 고향땅을 다시 밟는 더 큰 만남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어린이 기자단의 바람처럼 북한에 수학여행을 가서 북한 친구들과 말 놓고 지낼 수 있는 더 많은 만남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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