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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통일이 되면 평양냉면을 꼭 먹어볼 거예요”,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통일이 되면 꼭 백두산에 가고 싶어요”, “북한에 있는 유물들을 직접 보고 싶어요”,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가보고 싶어요” 통일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다.
“어른들이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북한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는데, 틀리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고 보고 서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통일은 돈이 많은 든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뜨끔해 할 당부를 하기도 했다.
“내일 회담으로 꼭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통일이 안 된다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꼭 통일을 이룰 거에요” 당찬 포부를 밝힌 어린이 기자도 있었다.
2018년의 어린이 기자단을 보면서 문득 1980년대 어린 시절 받았던 교육이 떠올랐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반공교육을 받았다. 그 속에서 북한은 모든 악의 근원이고, 무조건 나쁜 집단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살육과 파괴를 일삼고,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였다.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 통일과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돌았다. 북한은 연일 핵과 미사일을 실험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미국과 기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하자 북한은 “괌 인근에 화성 12호를 발사하겠다”고 맞섰다. 우리나라 안보위기는 최고조에 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달 뒤 우리는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테이블에 앉아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도 못 할, 말 그대로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국내ㆍ외 언론은 이번 회담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향후 상황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두 정상의 만남과 회담의 성공이 앞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나타냈다.
역사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뤄진다.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이 발달한 현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일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귀결된다. 문자와 전화만으로는 상대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오히려 오해만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게 오해와 오해가 쌓여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의 굴레에 갇혀 상대를 끊임없이 적대하게 되는 것이다.
남과 북 두 정상의 만남은 그동안 쌓여온 오해와 적대를 풀고 우리 민족의 운명을 판가름할 만큼 역사적이고 큰 만남이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1천531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7만3천611명이다. 생존자는 5만7천930명이다. 생존자 연령대는 80대가 41.5%, 90대가 22.7%, 70대가 22.1%다. 이산가족 1세대 고령화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남과 북은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8ㆍ15 전후로 갖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번 만남이 앞으로 모든 이산가족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실향민이 고향땅을 다시 밟는 더 큰 만남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어린이 기자단의 바람처럼 북한에 수학여행을 가서 북한 친구들과 말 놓고 지낼 수 있는 더 많은 만남으로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