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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웹툰(인터넷 만화)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너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아빠! 이건 뭐에요?” 아빠는 대답한다. “이건 나무라고 하는 거란다” 또 묻는다. “아빠, 아빠! 이건 뭐에요?”, “저건 꽃이라고 하는 거란다” 아이는 하늘을 가리키며 묻는다. “아빠, 아빠! 그럼 저건 뭐예요?” 아빠는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대답한다. “저건 뭉게구름이란다” 그러자 아이가 되뇐다. “뭉게구름! 뭉게구름!” 그 모습을 보던 아빠는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맞아. 아이고! 그래, 잘하는구나”
이야기는 곧 다른 장면으로 겹쳐진다.
백발 성성한 노인이 스마트폰을 들고서 묻는다. “아들아! 이거 인터넷은 되는 거냐?” 그러자 아들이 대답한다. “돼요” 노인은 다시 묻는다. “아들아! 동영상은 어떻게 보는 거냐?” 아들은 대답한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 노인은 또 묻는다. “아들아 문자메시지는 어떻게 보내는 거냐?” 아들 얼굴에는 점점 귀찮음이 밀려온다.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이렇게 하세요” 노인은 묻는다. “아들아! 그럼 카카오톡인가 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냐?” 급기야 아들은 짜증을 낸다. “아 좀! 그냥 쓰지 마세요”
한참 뒤 노인에게서 온 카카오톡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들아! 알려줘서 고맙다”
딸아이는 아무리 묻고 또 물어도,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고 귀찮게 해도 웃으면서 받아주는데, 아버지가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이내 역정을 내는 장면에서 내 모습이 겹쳤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이른 아침, 중년 남자가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출근 시간이라 붐비는 엘리베이터 안에 갓 어린이티를 벗고 중학생쯤 돼 보이는 사내 녀석이 타고 있다. 막 문이 닫히려던 순간 그 녀석 어머니로 보이는 한 여성이 다급히 뛰어오더니 엘리베이터를 세운다. 그녀는 아침을 거른 아들이 못내 안쓰러워 허름한 옷을 입고 헐레벌떡 뛰어나와 요깃거리가 든 비닐봉지를 건넨다.
“이 녀석아! 그래도 너 밥 굶을까 봐 숟가락 들고 따라다니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어. 나는 작년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이제 제사상에 숟가락 꽂을 일만 남았어. 그러니 어머니한테 잘해!”
가정의 달인 5월의 첫날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전남 영암군에서 발생한 미니버스 사고다. 이 사고로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르신 7명과 운전자 등 8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어르신들은 평소 삼삼오오 모여 일당벌이 밭일에 나선다고 한다. 용돈을 더 줄 테니 힘든 밭일 나가지 말라며 자식들은 조바심을 내지만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날인데 그냥 넘어가기도 서운하고, 자식들이 어버이날 손주들 데리고 오면 용돈이라도 쥐여주려고 쌈짓돈 벌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이 같지 않을까. 자식을 키우고 있어도 아직 부모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철없이 장난치고 있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 시절 나를 바라봤던 부모님 마음은 알 것 같은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