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치매 환자에 대한 가족 부담을 낮추겠다며 시작한 ‘치매 국가책임제’. 정부는 이를 위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이하 센터)를 설치했다.
양산시도 지난해 지역 치매 관리 ‘콘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각오를 바탕으로 센터를 준비, 지난 3월부터 보건소 통합센터 건물 3층에 문을 열고 치매 환자 돌보기에 나섰다.
하지만 문을 연 지 2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센터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양산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치매안심센터 정책 자체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현재 센터는 인지재활훈련실, 신체기능회복실, 검진실, 상담실, 가족 카페 등을 갖추고 장기요양서비스를 포함한 국가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재활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해 단기 돌봄(쉼터)서비스도 제공한다. 치매 환자 가족에게는 돌봄 부담 분석과 상담서비스 제공, 가족교실 운영, 치매 가족 모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센터 이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먼저 경증 치매 환자만 이용이 가능하다. 치매를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정책 의도와 달리 정작 도움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중증 치매 환자는 시설 이용을 할 수 없다.
경증 치매 환자 역시 하루 3시간까지만 이용 가능하다. 치매 환자 특성상 보호자도 항상 함께해야 한다. 가족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주간보호시설 등 민간시설은 월 15만원으로 하루 최대 8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민간에서 월 15만원 정도로 하루 최대 8시간까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 3시간만 이용 가능한 센터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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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양산시치매안심센터 개소식 당시 모습. |
ⓒ 양산시민신문 |
이용 과정이 불편한 점도 아쉬움이다. 센터를 방문하면 선별검사와 진단검사, 감별검사를 각각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검사가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소 3차례 이상 센터를 찾아야 한다. 센터 검사 이후 치매가 의심될 경우 민간 병원에서 다시 확인검사를 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
전문인력 부족은 더 심각하다. 보건복지부는 지침을 통해 치매 검사를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하라고 하지만 실제 전국 센터 대부분이 치매 검사를 위한 전문 인력이 없다. 즉, 정신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비용 등을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나마 양산센터 경우 차선책으로 내달부터 인근 민간 병원과 연계한 ‘협력의사’ 제도를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이 역시 이용에 제한이 많다. 협력의사가 주 8시간 근무할 예정인데, 결국 하루 또는 반나절만 진료한다는 의미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아무 때나 마음껏 진료받을 수 없다.
조직 체계도 아직 미흡하다. 현재 센터에는 관리직 공무원이 없다. 정규 공무원은 순환 버스 운전자까지 포함해 3명이다. 일반 공무직 2명, 시간선택제 근로자 13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일한다. 센터장은 보건소장이 맡고 부센터장은 건강증진과장이 맡는다. 이들 모두 당연직이다. 센터 상주 인력에 과장급은커녕 계장(팀장)급도 없다. 센터에 예측 못 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지고 일을 처리할 공무원이 없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치매안심센터는 인력과 시설, 역할 모든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은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대표하고 제도의 정점에 위치한 곳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센터를 방문하면 검사부터 진료와 치료, 요양까지 치매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착각’ 또는 ‘오해’였다.
센터를 운영하는 양산시보건소 건강증진과는 “치매안심센터 한 곳에서 치매 관련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럴 여력도 없다”며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정책을 시작해보니 현재로선 인력이나 장소 등 많은 부분에서 치매 환자를 1:1로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건강증진과는 “치매안심센터는 중증환자는 민간 병원이나 요양병원과 연결하고,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나가는 ‘콘트롤 타워’ 역할 뿐, 치매 관련 모든 서비스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곳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인력과 예산 지원,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