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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선거철이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보다 상대적으로 화제성은 적지만 가장 많은 후보가 경쟁하고,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인만큼 각종 생활밀착형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도로 개설과 공공시설 유치, 공원 조성, 시설 개선, 분야별 지원 확대 등 모두 이뤄지기만 한다면 양산시가 단번에 국내 최고의 도시로 거듭날 정도로 화려한 청사진들이다.
경남도지사와 양산시장, 경남도의원, 양산시의원 후보 등이 내세우는 공약의 목표는 하나의 용어로 귀결된다. 바로 ‘삶의 질 향상’이다. 각종 거창한 구호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한마디로 시민 삶의 질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보들이 그토록 높여주겠다는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삶의 질은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삶의 조건과 함께 인간이 주관적으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지표라는 뜻이다. 쉬운 말로 바꾸면 생활에 대한 만족도다.
삶의 질에는 앞서 설명한 대로 객관적인 지표와 주관적인 지표가 있다. 객관적인 지표는 소득과 교육, 건강 등 물리적 조건으로 대개 소득 증대와 비례해 상승한다. 이는 경제성장률과 평균수명, 실업률 등과 같이 수치화할 수 있는 조건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으로 객관적인 지표를 올리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반대로 삶의 질의 또 다른 측면인 주관적 지표는 행복감이나 안정감, 친밀감 등과 같이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이다. 구체화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체감 만족감은 주관적 지표를 충족했을 때가 객관적인 지표가 올랐을 때보다 훨씬 더 크다.
손빨래를 하다가 세탁기가 생기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아궁이에서 밥을 짓다가 전기밥솥이 생기고, 걸레와 빗자루로 청소를 하다가 청소기를 장만하고,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보다가 HD 텔레비전을 보면 생활 자체가 달라진다. 거창하게 큰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새집을 짓지 않고서도 사소하다면 사소한 변화에서 우리는 큰 만족을 느낀다.
우리는 세탁기와 청소기, HD 텔레비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후보들은 삶의 질을 높여주겠노라며 큰 집으로 이사하게 해주겠다거나 새집을 지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큰 집, 새집으로 당연히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과연 그것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결국,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테일(사소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흔히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도시계획도로를 뚫고, 공원을 만들고, 도서관 등 공공기관을 짓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다니는 어두운 골목길에 보안등을 설치하고, 어린아이와 어르신들이 뛰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건널목 보행신호 시간을 늘리고, 울퉁불퉁해서 발이 걸려 넘어지는 보도블록은 정비하고, 유모차를 끌고 편하게 다릴 수 있도록 인도를 막고 있는 전신주나 변압기를 정리하는 등 작은 변화로도 삶의 질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숨 쉬듯 편하게 우리 생활에 녹아들어서 정책을 시행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구분도 잘 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정책이다.
정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감시, 요구가 적극적이고 활발할 때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의원이 펼치는 정책이 본인의 치적 쌓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값비싼 만년필보다 흔하디흔한 몇 백원짜리 볼펜이 훨씬 더 잘 써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