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만약 내년에도 올해처럼 최저임금이 15% 정도 오를 경우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논란이 거세다. |
ⓒ 양산시민신문 |
민주노총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만원의 행복을 이루겠다던 최저임금 공약은 산입범위 확대로 주고 뺏는 배신으로 돌아왔다”며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폐기 선언이자 노골적인 재벌 대기업 편들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경제인총연합회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렇게까지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결국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에 실제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인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Q. 최저임금 산입범위 어떻게 달라졌나?
최저임금이란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 안정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에는 기본급과 직무ㆍ직책 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ㆍ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만 포함(산입)해 왔다. 상여금(보너스)이나 연장ㆍ야간ㆍ휴일 수당이나 복리후생비(식대, 교통비, 숙박비 등)는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법률 개정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물론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게 됐다. 다만 산입범위 확대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 내년에는 상여금 경우 월 최저임금액의 25%, 복리후생비 경우 월 최저임금액의 7%를 초과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현금(현물) 외 복리후생, 즉 기숙사 제공이나 점심 제공 등은 산입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2018년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매달 상여금이 39만3천원이 넘거나 복리후생비가 11만원이 넘을 경우 그 초과분만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현재 기준으로는 고용자가 노동자에게 월급을 150만원 주고 매달 상여금 50만원과 복리후생비 15만원을 줬다면 이는 최저임금을 위반한 것이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아무리 많아도 월급(기본급)이 최저임금(157만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는 내년 1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다. 상여금 50만원 가운데 10만7천원을, 복리후생비 15만원 가운데 4만원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게 돼 해당 노동자는 총 164만7천원을 월급으로 받은 것으로 계산하게 된다.
Q. 상여금 25%, 복리후생비 7%가 기준인 이유는?
상여금을 25%로 기준으로 한 이유는 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를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노동자로 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연소득으로 계산하면 1천884만원이다. 여기에 연 300%의 상여금(471만원)을 받는 노동자라면 총 소득이 2천355만원이 된다.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 기준으로 연간 상여금을 300% 받는 노동자는 보호하기 위한 조처인 셈이다. 연간 상여금 300%를 매월 나누면 25%가 된다. 구체적 기준을 둔 상여금과 달리 복리후생비 경우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비과세소득(10만원) 등을 기준으로 7%로 결정했다.
Q. 상여금을 연 단위로 받는 경우는?
이 경우는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 개정안에서는 월 단위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만 인정했다. 최저임금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정기적, 일률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연 단위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싶다면 지급을 월 단위로 바꿔야 한다.
Q. 산입범위를 넓힌 이유는?
그동안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재계 입장에서는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그만큼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린다며 반대했다.
이렇게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던 산입범위를 이번에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해 대비 올해 최저임금이 비교적 큰 폭(16.4%)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받아들인 재계가 대신 산입범위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산입범위 개편안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합의를 하려 했지만 마찰이 심했고 결국 그 결정을 국회와 정부로 넘겼다. 그 과정에서 위원회 내부 전문가들 다수가 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남겼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복리후생비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Q. 다른 논란은 없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산입범위 확대 외에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대한 예외조항을 담은 것도 논란이다. 지금까지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 동의를, 노조가 없는 경우 구성원 과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노동자 ‘동의’가 아니라 ‘의견’만 청취하면 된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고용주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사 간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우선 적용됨으로 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 동의가 필요한 것은 여전하다.
예외 조항이 또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연 단위 상여금을 월 단위로 쪼게는 게 사실상 고용주 마음대로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월 단위로 상여금을 받게 되면 해당 금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노동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노동계가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는 고용주가 노동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 단위 상여금을 월 단위로 상여금을 쪼갤 경우 사업장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Q.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처럼 15% 이상 인상될 경우 임금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특히 각종 수당이나 복리후생비를 많이 받는 노동자는 손해 폭이 더 크다.
예를 들어 현재 기본급 157만원(최저임금)에 식비 14만원과 유류비 7만원을 받는 노동자 A 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A 씨 월급은 한 달 177만원. 연 소득으로는 2천124만원이다. 국회는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으니 A 씨는 내년에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고 내년에 최저임금이 올해처럼 약 15% 인상된다면, A 씨는 월급이 201만원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로 A 씨 월급은 194만원에 그치게 된다. A 씨의 식비와 교통비 등 전체 복리후생비 20만원 가운데 7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만원이어야 할 월급이 194만원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수익이 줄어드는 경우가 최대 21만6천여명으로 추산한다. 2천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324만명 정도니까 약 6.7%에 해당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조합원 60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천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은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