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문가들과 페트병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페트병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라벨 접착제는 공업용 핫멜트 접착제로 고온(120~160℃)으로 끓여 접착면에 바르는 방식이다. 그런데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에는 탄화수소류(Hydrocarbon Resin)와 고농도 파라핀(Heavy Para ffin) 등이 포함돼 대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광화학스모그를 일으킨다. 이 성분이 포함된 스모그,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화학물질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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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핫멜트 접착제로 페트병 라벨을 부착하고 있는 경남의 한 페트병 제조업체 공정. |
ⓒ 양산시민신문 |
게다가 접착제 사용 라벨을 녹여 떼내는 가성소다 수용액에서 페놀이 기준치의 100배가량 검출되고, 디클로로 메탄, 톨루엔, 질산성질소 등이 검출돼 산업용 폐수로 별도 처리가 필요한 등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접착제 상표는 피부가 약한 어린이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며 페트병 생산공정에서 유해가스ㆍ물기가 병안으로 유입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페트병 가공업체 몇곳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페트병 생산을 위해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정설비를 변경했다. 특히 불가피하게 접착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 직업병 우려 때문에 환기시설과 개인 방진도구를 활용해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하고 있다.
일본은 페트병 라벨 접착제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만약 사용하더라도 재활용 분리 때 접착제가 병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환경부 권고기준에는 접착제 사용 여부보다는 가성소다(NaOHㆍ양잿물)를 넣어 끓인 물에 용해된다면 1등급으로 판단해 접착제 사용을 사실상 묵인해왔다.
페트병 라벨과 관련한 국내 권고기준은 환경부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니다. 재활용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가입된 (사)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만들었다.
연구원 실험보고서에는 조합은 접착제로 붙인 라벨의 박리(분리)실험을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했고, 연구원에서는 가성소다 2%를 포함한 알카리성수용액에서 90℃까지 끓여 10분간 접착제를 녹여 97%가 박리됐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단순 박리실험 결과를 조합측은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라벨 재질이 비중1 미만 합성수지라면 비접착식은 물론, 접착식일지라도 동일하게 1등급으로 분류하는 어이없는 기준을 만든 것이다. 접착제를 사용하더라도 물에 뜨는 라벨이라면 모두 1등급으로 취급해 결과적으로는 접착제 사용을 유도한 셈이 됐다. 관련 업계에서 환경부가 양잿물로 페트병 라벨을 분리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90℃로 끓인 알카리성 수용액을 기준으로 한 것은 사실이나, 페트병 라벨 등의 재활용 등급 확인을 위한 실험에 사용되는 용액이므로 재활용 재질ㆍ구조 개선 기준고시에 알카리성 수용액 사용 여부 등을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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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페트병 라벨을 절취선이 2개나 있어 라벨을 뜯기가 쉬워 재활용 비율이 높다. |
ⓒ 양산시민신문 |
한편, 지난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재활용 페트병 5천343t을 수입했다. 국산 페트병은 재질ㆍ색상이 다양한 데다 라벨이 대부분 본드로 붙여져 있어 재활용이 어렵지만 일본산은 쉽다. 일본 페트병에는 1992년부터 1~1.5㎝ 간격의 ‘이중 절취선’이 있다. 절취선 윗부분을 잡고 아래로 내리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깨끗이 라벨 전체를 벗길 수 있다. 페트병에 라벨을 붙일 때 접착제 대신 열을 가하면 페트병에 밀착되는 방식의 ‘열수축필름’을 쓰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페트병 생산업체들은 19 92년부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재활용이 쉬운 ‘무색’ 플라스틱 제품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