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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바람은 다시 불 수 있다
오피니언

바람은 다시 불 수 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8/07/03 10:28 수정 2018.07.03 10:28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그야말로 폭풍 같은 한 달이 지났다. 평범한 해였다면 그해 최고 뉴스로 손꼽힐 만한 대형 이슈가 한 달 사이에 연달아 터졌다. 일촉즉발 전쟁 위기였던 한반도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평화 분위기로 급반전한 상황에 어리둥절하다가 곧바로 조별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던 우리나라가 세계 1위 독일을 꺽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면서 월드컵 열기에 열광하다 보니 어느새 7월이다.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다.



7월은 전국 각지에서 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시작했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깃발을 세운 것이다. 양산시 역시 지방자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민선 7기와 제7대 시의회가 막을 올렸다. 양산시민은 지역 정치 역사에서 처음으로 진보 시장을 선택했다. 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바람’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은 결국 거대한 바람을 몰고 왔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유경북당’이라는 불명예 속에 지리멸렬했고, 바른미래당 등 다른 야당 역시 빈사 상태에 빠졌다.



양산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시의원과 재선 시장을 지내면서 지역 정치권에서 맞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나동연 시장이 10%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3선에 실패했다. 4석인 경남도의원도 3석을 민주당이 가져갔고, 애초 원도심과 농촌지역이 한데 묶여 자유한국당 후보 당선이 무난할 것으로 여겼던 나머지 1석을 놓고도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대결 속에 자유한국당이 진땀승을 거둬 겨우 1석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한때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민주당 선출직 의원 배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시의회에서도 민주당이 제1당이 됐다.



철옹성 같던 지역 정치구도마저 단숨에 허물어뜨린 ‘바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바람을 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잊지 않음’에 있을 것이다.



국민이 스스로 선출한 대표자를 통해 법률 제정과 정책 결정을 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필연적이다.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닌 상황에서 정치적 사안에 사사건건 관심을 두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 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늘 풀뿌리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다.



하지만 국민은 똑똑해졌음이 명확해졌다. 국민은 진화하고 있었고 기억하고 있었다. 정치가 국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실정을 아무리 포장하려 애써도, 정치인들이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아도 국민은 결코 잊지 않았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사실을 표심으로 보여줬다.



이번 양산시장 선거에서 나동연 후보는 유치원을 포함해 초ㆍ중ㆍ고교까지 무상급식 전면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무상급식은 포퓰리즘(Populism)이라고 주장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시대가 바뀌었고 무상급식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2014년에는 무상급식에 대해 당당하게 반대했고, 이제 모든 시민이 인정하는 내용으로 시대가 변했기에 내 사고 역시 바뀐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양산시민은 잊지 않고 있었다. 나 후보 공약은 앞뒤가 다르다는 비판과 함께 SNS를 뜨겁게 달궜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바란 양산시민의 선택 속에 출범한 민선 7기와 제7대 시의회는 시민의 무서움을 직시해야 하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시민은 똑똑해졌고, 무관심하지도 않다. 다만,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 잊지도 않고 있다. 이제 갓 출항한 새 집행부와 시의회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시민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바람은 언제든 다시 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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