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지역에 종합병원은 모두 3곳이다. 이들은 모두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독사에 물린 피해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부산지역 병원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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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지난 16일 원동면 어영마을 강아무개(72) 씨는 논두렁에 자란 잡초를 뽑다 뱀(독사)에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강 씨에 따르면 오후 3시께 잡초를 뽑기 시작, 20분쯤 일을 하다 왼쪽 새끼손가락을 뱀에 물렸다. 강 씨는 즉시 같은 마을에 사는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동생은 독이 퍼지지 않도록 손가락을 끈으로 꽉 묶고 자신의 승용차에 형을 태워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엔 119를 부를까 생각했다. 하지만 구급차가 오는 시간을 기다리느니 자가용으로 한시라도 빨리 병원엘 가야겠다 싶어 내린 결정이다.
그렇게 비상등까지 켜고 내달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베데스다병원이었다. 과거 동네 사람들이 뱀에 물렸을 때 베데스다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뱀에 물린지 30분이 넘은 시점이었다. 그렇게 사경을 헤매며 달려갔지만 병원은 해독제가 없어 치료가 어려우니 다른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따지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동생은 다시 차를 몰고 양산부산대병원으로 향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상급병원으로 양산에서 가장 큰 병원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동생은 처음부터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갈 걸 그랬다고 속으로 후회했다. 베데스다병원에서 양산부산대병원까지 가는 데만 10분 이상 걸렸다. 뱀에 물린지 1시간 가까이 지난 터라 불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강 씨 형제는 그렇게 급히 달려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바로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응급실 간호사는 접수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타는 마음으로 접수를 하고 1분이 한 시간 같은 마음으로 치료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린 지 10여분쯤 지났을까? 병원측은 그제야 치료가 불가능하니 부산에 있는 부산대병원 본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생은 참았던 화가 터졌다. 응급실에서 큰소리로 따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선 형을 살리고 봐야 했다. 다른 가족이 사설 구급차를 불렀다. 이미 6시를 향해가는 무렵. 평소에도 5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퇴근 시간대에 가려면 자가용으론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구급차를 타고 날아가다시피 했지만 부산 서구 아미동에 있는 부산대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6시 30분에 가까웠다. 사고를 당한 지 3시간 가까이 지난 것이다. 다행히 병원에서 곧바로 해독 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호전된 강 씨는 일주일가량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로 양산지역 경우 뱀 물림 사고 때 적절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 전국 최고 수준 병원이라 자랑하는 양산부산대병원, 그것도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며 양산은 물론 경남 김해, 밀양, 거제시와 부산시까지 아우르는 병원에서조차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양산시보건소는 “병원에 확인해보니 독사에 물린 경우 쇼크가 발생할 수 있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데 베데스다병원은 중환자실이 없어서 치료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양산부산대병원은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환자를 돌볼 전공의가 부족해 강 씨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한편, 양산시보건소는 양산지역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 가운데 웅상중앙병원은 중환자실과 전공의 모두 갖춰 맹독류에 물려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