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더우면 덥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말 못 하는 짐승들은 오죽하겠나”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말조차 일상이 돼버린 여름이다. 전력사용량은 연일 늘어나고 정부와 언론에서는 무더위에 따른 사고 주의를 당부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에 지역 양계농가 역시 폭염 이겨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동남권 최대 달걀 산지인 양산지역 양계농가는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상북에 있는 녹산농장은 지난달 폭염이 시작될 때 3일 만에 닭 500마리를 잃었다. 류동길 대표는 “더위로 폐사하는 닭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닭이 사료를 먹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날이 너무 덥다 보니 닭들이 사료를 적게 먹고 그렇다 보니 결국 달걀 생산량이 감소하고 달걀 무게도 줄어든다”며 “생산 감소에 따른 경제적 손해에다 냉방시설 보강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부담하다 보니 솔직히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류 대표 어머니인 박명옥 씨는 “지난번에 물을 끌어 올리는 모터가 2시간 정도 고장 난 적 있는데 3시간 만에 수백 마리가 폐사했다”며 “40년 농장을 해왔지만 이 정도 더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녹산농장은 현재 상북지역에 농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장 한 곳에는 5년 전 냉각수를 활용한 냉각 시설을 갖춰 그나마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 2개 농장에도 올해 지붕에 단열재를 추가 설치하고 수랭시설(스프링클러 등)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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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산농장은 대형 환풍기를 작동시키면 바깥 공기가 수랭식 냉각장치를 거쳐 사육장으로 들어온다. 이로 인해 사육장 내 평균 온도가 29℃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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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선풍기 앞에서 달걀을 선별 중인 박명옥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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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용이다. 취재진이 방문하기 하루 전 사육장 지붕에 그늘막을 하나 설치했는데 인건비 포함 1천만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나머지 농장에 그늘막과 수랭시설까지 설치하려면 최소 수천만원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씨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게 해가 갈수록 더 더워진다고 하니 시설을 하거나 아니면 농장 문을 닫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며 “정말 버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냉각시설을 갖춰도 고민은 남는다. 먼저 전기요금이다. 지금도 전기요금이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나온다. 전기요금보다 더 걱정인 게 바로 물이다. 현재 수랭시설 가동에 필요한 물은 지하수를 파서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하수가 얼마나 있는지, 언제 물이 끊길지 알 수 없다.
박 씨는 “만약에 지하수가 말라버리면 정말 손 쓸 방법이 없다”며 “돈도 걱정이지만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물”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렇게 날씨까지 안 도와주는데 (도매상들이) 납품단가는 계속 낮춰 달라 하고, 살충제 파동에다 이제 생산이력제까지 한다고 하니 걱정만 늘어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냉각시설 설치에 지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양산시는 환풍기 설치 지원 예산으로 300만원을 확보하고 있다. 환풍기 5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시설현대화사업에 대한 융자 지원도 있다. 다만 융자 사업이다 보니 전체 사업비가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한다. 몇 백 만원 단위에 지원하긴 힘들다는 뜻이다.
양산시농업기술센터는 “최근 농림부에서 수요조사를 한다고 공문이 내려왔으니 내년에는 지원책이 늘어날지 모르겠다”며 “다만 시설비 경우 무허가 건물에는 지원이 안 돼서 실제 지원받을 수 있는 농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는 체온이 41℃에 이르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깃털까지 있어 더위에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