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양산시가 상인 간 갈등을 키우는 모습이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앞 범어택지 공공공지에 설치된 울타리 이야기다. 10년 넘게 상인들 사이 갈등 요소로 작용했던 울타리 철거를 놓고 양산시가 명확한 정책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공지 울타리 논란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출입로쪽 일부 상가에서 공공공지 일부가 상가 진입로로 이용되면서 훼손이 심각하다며 관계기관에 출입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다.
이에 양산시는 당시 택지를 조성한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공공지 보호를 위한 울타리 설치를 요구했다. 양산시가 울타리 설치를 요구하자 울타리 설치 구간에 위치한 상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울산지방법원에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울산지법은 이듬해인 2009년 2월 녹지보호와 함께 보행자 안전을 이유로 울타리 설치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한국토지공사는 4월 높이 0.9m, 길이 160m 규모 울타리를 설치했다.
울타리 설치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울타리 구간 상가들이 보행자들이 울타리를 넘어 다닐 수 있도록 나무계단을 만들어 설치했기 때문이다. 나무계단을 설치하자 이번엔 반대로 출입로 인근 상가들이 나무계단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을 지속했다. 결국 양산시는 9월에 나무계단 철거를 진행했지만 이후에도 계단은 다시 설치와 철거를 반복했다.
2010년에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당시 울타리쪽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A 씨는 양산시가 법률적 근거 없이 울타리를 설치해 자신에게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창원지방법원)에서 “피고(양산시)가 울타리 설치를 요청한 것은 공공공지 기능 보전을 위한 필요한 조치였다”고 인정,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2심(부산고등법원)과 3심(대법원)까지 항소했지만 결국 2심과 3심 모두 1심 판결을 인정, 대법원에서는 2012년 9월 13일 A 씨의 상고를 최종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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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울타리쪽 상인들은 주민 통행불편 등을 이유로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다. 일부 상인들은 다시 나무 계단을 설치해 보행자들이 울타리를 넘나들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행위에 울타리 철거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불법행위라며 양산시에 나무 계단 단속을 독촉했다.
민원과 갈등이 계속되자 양산시는 철제 울타리를 철거하고 대신 조경수를 심는 방안을 추진했다. 녹지보존을 이유로 울타리 설치를 요구했던 과거와 완전히 상반되는 결정이다. 민원 따라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울타리 철거 소식에 당연히 출입로쪽 상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예산도 양산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양산시는 울타리 철거와 조경수 식재 예산 1억원을 지난해 1차 추경안에 포함했지만 양산시의회는 이를 삭감했다.
당시 임정섭 도시건설위원장은 “양산시가 기존 울타리를 철거하더라도 문제가 없음을 입증할 자료를 가져와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지금도 과거보다 녹지 훼손이 심각하고 관리가 안 되는 상황 인데 울타리를 철거할 경우 이에 대한 구체적 대책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훼손된 녹지부터 복원하는 게 우선”이라며 “울타리 철거 여부는 녹지를 복원한 뒤, 녹지를 제대로 보존할 방법을 찾은 다음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양산시 공원과는 철거와 존치 가운데 하나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다.
양산시 공원과는 “전임 시장이 철거를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시의회에서 안 된다고 한 사안”이라며 “양쪽 민원이 팽팽한 상황에서 지금 재추진 여부를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양쪽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울타리가 이미 존치하고 있는데 굳이 이 울타리를 철거해야만 하는 명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철거 관련 계획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 보도(734호, 2018년 7월 24일자) 이후 해당 공공공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 씨가 본지를 찾아와 기사 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자신에게 해명할 기회를 요구했다.
그는 “(기사에서 언급한) 꽁지머리 브로커가 나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나는 결코 브로커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건물 매입 의사를 밝힌 사람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 매매와 관련해 어떠한 커미션(수수료)도 받기로 한 적 없으며, 브로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울타리 철거는 전임 나동연 시장이 직접 자신들에게 약속한 내용이라며, 자신이 계획에도 없는 울타리 철거를 주장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타리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건물의 소유주가 양산시청 고위 공직자 아내라는 점 때문에 주민들이 (울타리 철거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전임 시장이 결정한대로 울타리는 완전히 철거하고 통로를 개방한 뒤 소공원이나 간이 쉼터 등으로 활용한다면 공공공지 본래 목적과 취지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