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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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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절기(節氣)는 신기하다. 아직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는 있지만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를 지나면서 피부를 뚫을 것 같던 한낮 햇볕의 기세는 조금이나마 누그러진 것이 느껴진다. 말복(末伏)을 거쳐 처서(處暑)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을 기대해도 될 듯하다.
현재진행형이지만 올해 더위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재앙 수준의 더위 탓에 국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고, 각 지자체에서는 시민이 잠시나마 무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물안개 그늘막을 설치하고, 버스정류장에 얼음을 가져다 놓은 등 이색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문이란 문은 모조리 걸어 잠그고, 한겨울처럼 꽁꽁 사맨 여름을 보내게 하는 이러한 폭염이 올해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과학기상원은 203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도별로 기온의 높낮이 차이는 있겠지만 2030년대에 들어서면 40℃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름도 6~8월이 아닌 5~9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도 폭염으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는 ‘온실 지구’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CNN은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 이상 상승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고온 현상과 해수면 상승이 나타나는 ‘온난기’(Warm Period)에 진입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호주국립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 상승 지점을 넘어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더라도 인류가 ‘온실 지구’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섭씨 2℃가 상승하면 수십년 내 극지방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현재보다 10~60m 상승하고, 온난기에 접어들면 강의 범람과 폭풍우, 해안지방 침수 등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온도가 섭씨 2℃ 상승하면 온실가스 방출을 중단하더라도, ‘피드백’이라고 불리는 지구 시스템으로 인해 온난화가 더욱 촉진되며, 세계가 파리기후변화협정(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체결된 협정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지키더라도 온난기 진입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수십년 전부터 있었지만 단지 먼 미래에 벌어질 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더위를 겪고 나니 새삼 위기감이 느껴진다.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하는 것은 결국 ‘환경’이다. 그리고 ‘공원일몰제’에 주목한다.
도심 공원에 조성된 도시숲은 주위보다 3~7℃가량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미세먼지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42%를 도시숲이 흡수한다. 하지만 2년 뒤 이러한 도시숲이 없어질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공원 등으로 지정한 녹지를 20년 이상 개발하지 않으면 용도를 해제해야 하는 공원일몰제 때문이다. 2020년 7월 1일부로 적용되는 공원일몰제에 따라 양산지역에서만 396만여㎡ 규모 도시녹지가 사라질 위기다.
우리 주변에 공원 부지로 지정된 곳은 국ㆍ공유지뿐만 아니라 사유지도 포함돼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하려면 사유지뿐만 아니라 국ㆍ공유지를 모두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에서 도시공원은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후순위에 있다 보니 예산 문제로 장기간 방치돼 왔다. 중앙정부 역시 이 문제는 각 지자체가 해결해야 한다며 예산 지원을 거부하고, 재정 범위 내에서 조성할 수 없는 도시공원은 해제하라는 방침이다.
다행인 점은 양산시가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집행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증산공원(물금읍)과 춘추공원ㆍ유산공원ㆍ어곡공원(이상 강서동) 등 근린공원 4곳을 포함해 어린이공원 14곳 등 163만9천㎡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일몰제 시행 이전까지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하는 등 조기집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나머지 지역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해 최대한 공원 기능을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심 속 공원은 폭염을 식혀주는 에어컨 역할을 한다. ‘에어컨 복지’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도시숲은 계층과 성별, 나이에 차별을 주지 않는 우리 모두를 위한 복지다. 도시숲 조성은 이제 단순히 공원 조성이라는 도시계획을 넘어서 복지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