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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앞 범어택지 상가들이 위기다. 상인들은 “앓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심각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택지 안을 돌아다녀 보면 괜한 엄살은 아닌 듯하다. 갈비를 팔던 식당이 갑자기 막창 가게로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 다시 편의점이 들어섰다. 단순히 업종만 바뀐 건지, 사장까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5년 이상 영업하는 가게가 많지 않다.
그나마 업종을 바꾸면서도 계속 영업을 이어가는 가게들은 사정이 나아 보인다. 최근에는 아예 ‘임대’ 안내문을 내건 가게가 수두룩하다. 식당 상인들이 “상가 조성 이후 최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실제 택지 내 상황을 살펴봤다. 취재진이 조사한 바로는 현재 범어택지 내 상가는 380여곳쯤 된다. 이 가운데 사무실이나 인테리어, 부동산, 자동차 정비업체 등 업무용 상가를 뺀 340여곳이 술이나 음식, 커피 등을 팔고 있다.
이들을 편하게 ‘음식점’이라 표현한다면 이들 음식점 가운데 30곳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전체 음식점 가운데 8.8%에 이른다. 가게 12곳 가운데 1곳은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임대’ 안내판을 내걸지 않았지만 문을 닫은 가게는 더 많다고 귀띔한다. ‘사실상’ 폐업 상태인 가게까지 포함하면 문을 닫은 음식점은 10% 이상일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상가에도 줄이어 ‘임대’가 나붙은 상황이다.
2004년 분양을 시작한 범어택지는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춰 최적 상권으로 손꼽았다. 게다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을 곁에 두고 있어 점심과 저녁이면 직장인과 학생들로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다. 주차장 부족 등 고질적 불편도 컸지만 그래도 몇 해 전까지 양산지역 최고 상권인 건 분명했다. 그렇게 ‘불야성’을 이루던 가게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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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권이란 건 지역 개발과 성장에 따라 이동하기 마련이다. 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삼일로 인근 옛 시외버스터미널 일대가 최고였고, 이마트가 들어서고 터미널이 이전한 이후에는 중부동이 중심이었다.
이후 다시 범어택지로 옮겨졌고, 지금은 최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증산 일대로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범어택지의 흥망(興亡)과 성쇠(盛衰)는 과거의 반복이자 미래의 복선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부동 택지와 미래 증산신도시 상가들이 당면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의미다. 특히 뾰족한 해결책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범어택지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다. 이와 함께 양산지역 상가가 대폭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증산 영화관 인근과 남양산역, 증산역 일대까지 상가가 폭증했으니 어딘가는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새로 생긴 증산 신도시에 비해 범어택지 임대료가 비싼 것도 요인 가운데 하나다. 증산신도시 상가의 경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월세를 받지 않거나 절반 수준으로 낮춰준다. 오랜 경기침체로 이런 ‘무(無) 월세’ 현상은 새로 생기는 상가에는 흔한 광경이다. 하지만 범어택지는 월세가 다소 줄긴 했다지만 여전히 1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양산에서만 부동산 중개를 13년째 하고 있는데 최근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요즘 거래에 나온 상가들은 사실상 권리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나라 경기 전체가 침체한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이 정도로 거래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한 음식점 상인은 “경기가 살아나면 다소 나아질까 기대는 하지만 사실 어려운 현실”이라며 “결국 상가 스스로 자구책을 찾거나 완전히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건물주들도 상권을 살릴만한 결정적인 요인이 없는 시점에 계속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란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옛날에 잘나가던 시절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인들이 현재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상인들이 다 빠져나가고 지금처럼 빈 상가만 남아 있으면 결국 건물주도 같이 망하는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