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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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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기사를 쓸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일상의 단어 사용하기, 쉬운 단어 쓰기, 외래어나 한자어 등은 할 수 있다면 한글로 바꿔서 쓰기, 번역 투 문장은 고쳐 쓰기, 일본어식 한자어 바꿔 쓰기 등이다.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실제 글을 써보면 생각보다 어렵다. 그만큼 우리는 외래어나 한자어, 번역 투나 일본어식 표현에 익숙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사 초안을 쓰고서 탈고를 할 때 발견하는 위와 같은 표현들을 ‘고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리 언어생활에서 잘못되거나 혹은 고쳐야 할 표현이 워낙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우리 식 표현으로 고쳤을 때 오히려 의미 전달이 잘 안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번 훑듯이 읽더라도 의미 전달이 명확해야 하는 신문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더욱 고민되는 일이다.
언론사에는 공공기관에서 보내는 보도자료가 쏟아져 들어온다. 내용의 사실 여부는 뒤로하더라도 이들 자료를 정리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위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우리나라 관공서에서조차 너무 많은 틀린 표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은 정도를 넘어선다. 쉬운 표현이 있음에도 굳이 행정용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양산시가 이달에 추진하는 몇몇 사업들 명칭을 살펴봤다. ‘삽량문화축전 개막 리셉션 행사’, ‘본관 1층 화장실 및 숙직실 리모델링 공사’, ‘사회적기업 창업아카데미 개최’, ‘사업 분야 성병영향분석 대면컨설팅 실시’, ‘황산공원 캠핑 페스티벌 개최’, ‘하반기 체납차량 야간 번호판 집중영치’ 등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리셉션’은 ‘축하연’이나 ‘환영식’ 등으로, ‘리모델링’은 ‘증ㆍ개축’, ‘창업아카데미’는 ‘창업교실’ 혹은 ‘창업강좌’, ‘대면컨설팅’은 ‘전문가 상담’, ‘페스티벌’은 ‘축제’나 ‘잔치’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또한 법률 용어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영치(領置)’라는 단어는 ‘보관’이나 ‘압수’ 등으로 순화할 수 있다.
언어는 늘 변하기 마련이다. 단어는 생성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생명체와 같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생겨나기도 하고, 뜻이 변하기도 추가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때로는 어떠한 현상이나 물건, 행위 등을 표현할 때 우리 말보다 외래어가 그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말 대신 외래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워낙 흔히 사용하다 보니 그 표현이 자연스럽게 우리말 인양 굳어지기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본지가 기사를 쓰는 여러 원칙을 세워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언론과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는 ‘공공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언어는 쉽고 명확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이 쓰는 언어는 모든 국민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어려운 행정용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손실을 예방하는 도구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한 문장과 바른 표현, 쉬운 단어를 써야 한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글로 썼다고 그것이 한글일까? 공공기관이 외래어를 써서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 각종 행사 이름을 그럴듯하게 짓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공공의 언어’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