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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부산대 총장의 오만과 착각..
오피니언

부산대 총장의 오만과 착각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8/12/04 10:06 수정 2018.12.04 10:06

 
ⓒ 양산시민신문  
“제 말의 요지는 부산대학교가 땅을 내놓는다는 겁니다. 양산시민은 부산대를 쳐다보고 절을 100번 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양산시장님이 땅을 내놓아야지 왜 우리가 땅을 내놓습니까? 전국에서도 지자체에서 땅을 내놓고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양산시는) 투자를 좀 하라고 해도 안 합니다. 시장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지난달 21일 열린 동남권 의ㆍ생명특화단지조성 정책세미나에서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의 인사말은 거침없었다. 그는 양산캠퍼스 개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와 관계없이 거침없이 연설을 이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2003년 최초 계획 수립 이후 15년 넘도록 허허벌판으로 방치해 온 양산캠퍼스다. 그 부지에 대통령 공약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모양이다. 앓던 이 여럿이 한꺼번에 빠지는 심정이었을 게다.

전 총장은 양산시가 양산캠퍼스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부산대가 자발적으로 땅을 내놓을 테니 알맹이를 채우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양산시민은 땅을 내놓기로 한 부산대에 100번 절을 해도 부족하다했다. 김일권 양산시장 바로 앞에서 “시장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질책까지 했다.

과했다. 그런 전 총장의 심정을 아무리 이해한다 해도 그의 발언은 무례했다. 나아가 양산시민과 정부 관계자, 양산시 공무원, 정치인에 대학 관계자까지 강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 앞에 그는 오만했다.

양산캠퍼스가 부산대 소유라고 주장하는 전 총장 발언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한 가지 빠졌다. 그 땅의 원래 주인이 누구였으며, 부산대가 어떻게 그 땅을 매입하게 됐는지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양산캠퍼스는 본래 양산시민 땅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양산시민들로부터 땅을 사들여 신도시 부지를 조성했고, 양산시민은 그 땅 위에 대학을 유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주)태양 송금조 회장이 305억원이라는 개인 기부 최고액을 부산대에 내놓으면서 오늘날 광활한 땅에 ‘부산대 양산캠퍼스’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그 기부는 당시 박재윤 부산대 총장이 직접 송 회장을 찾아 읍소하면서 이뤄졌다. 양산 출신으로 사회 환원과 고향 발전을 고민하던 송 회장이 박 총장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송 회장이 기부금 사용 목적을 ‘대학 캠퍼스 부지 매입’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송 회장의 305억원이 없었다면 오늘날 양산캠퍼스도 없었다.

양산시가 정말 양산캠퍼스에 투자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항노화 산학융ㆍ복합센터를 시작으로 의ㆍ생명 R&D센터, 국립지진방재원 등 적지 않은 시설이, 수백억원의 예산으로 양산캠퍼스에 들어섰다. 이들 기관과 연구시설 유치는 양산시와 지역 정치권에서 동분서주한 결과다.

부산대는 오히려 15년째 양산캠퍼스를 방치하면서 양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요청에 매번 비협조로 일관했다는 게 양산시민 정서다. 오죽했으면 지역 정치권에서 양산캠퍼스 반환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을까.

전 총장의 양산캠퍼스 개발에 대한 기대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전 총장 말대로 정부와 지역 정치권, 그리고 양산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도 당연히 뒷받침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들의 무능과 욕심을 먼저 반성할 일이다.

개발할 능력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금싸라기 땅만 욕심냈던 것은 아닌지, 고향 발전을 바라는 기업가의 숭고한 기부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지켜왔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양산시민이 부산대에 절을 올리고, 양산시장이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양산캠퍼스는 부산대와 양산시민 모두의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감히 ‘누구의 것’이라 정의할 수 없는 그런 땅이다. 착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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