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기리 요지(국가사적 100호)는 17세기 무렵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다시 일본과 수교를 맺고 일본 주문을 받아 수출용 찻사발을 생산하던 곳이다. 요즘 말로 도자기 한일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곳으로, 도자기 수출 한류 1번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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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법기리 요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역사적 의미를 확인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양산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NPO법기도자(이사장 신한균)가 주관한 ‘법기리 요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은 한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법기리 요지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 현재의 위상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신한균 이사장이 지난 9월 국내 현황조사와 10~11월 일본에서 진행한 두 차례 현지조사 결과 보고에 이어 한일 전문가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했다. 주제 발표에는 이시자키 야스유키 일본 야마구치 현립 하기미술관 우라가미기념관 부관장과 카메이 마라쿠 타카도리야키 15대 도예가, 김승구 고흥분청문화박물관장이 나섰다. 토론에는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장과 백현충 부산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김용탁 강산문화재연구원장이 참여했다.
이시자키 야스유키 부관장은 ‘어본다완과 추소다완’이라는 주제로 일본과 법기도자의 연관성을 분석하면서 “한일문화교류사를 시작으로 하는 중요한 과제는 법기리 요지의 조사와 연구에 진전이 있어야 비로소 해결 실마리가 담보된다”고 설명했다.
카메이 미라쿠 도예가는 ‘타카도리야키의 역사와 고려다완(조선사발)의 매력’이라는 주제를 통해 일본에서 도자를 생산하는 타카도리야키의 뿌리를 찾기 위해 여러 대에 걸쳐 한국에서 활동했던 과정을 되짚으면서 법기리 요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승구 관장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이라는 주제로 법기리에 한일 도자 교류를 상징하는 박물관 건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한균 이사장은 “법기리 요지 관련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면서 국가사적지인 법기리 요지의 역사적 가치, 복원 필요성과 당위성을 새삼 또 느꼈다”면서 “하지만 법기리 요지 관련 사업은 아직 시작점에 있고, 발굴ㆍ복원 혹은 현대적 계승으로 발전시킬 전체 로드맵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NPO법기도자는 법기리 요지와 관련한 문화콘텐츠를 꾸준히 연구ㆍ개발해 문화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양산을 대표하는 문화자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일권 양산시장 등 정치권과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양산문화원 대공연장을 가득 채우면서 법기리 요지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을 대변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축사를 통해 “‘변례집요(邊例集要)’와 같은 문헌 사료에 의하면 임진왜란 이후 1611년 일본 요청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대정명기감(大正名器鑑)’에서는 이라보다완, 오기다완으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17세기 초 양산 법기리 요지가 한일 간 도자기 교역의 중심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하며, 그런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고, 계승ㆍ발전시켜 현대적 문화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며 “양산시는 법기리 요지 실체를 더 명확히 규명하고, 문화재 지정구역을 확대하기 위해 정밀지표조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토지매입 등 절차를 이행한 뒤 법기리 요지가 훌륭한 우리 지역 문화자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