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청소년의회(이하 청소년의회)가 지난해 3년차를 맞았다. 청소년의회는 해마다 16명 내외 청소년이 의원 자격으로 각종 청소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의제를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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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와 양산시청소년회관이 주최ㆍ주관하고 양산시의회가 후원하는 청소년의회는 <양산시 청소년 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거, 청소년기본법에서 보장하는 청소년 자치권과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신들 대표를 선출해 의회를 구성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해 청소년의회는 앞선 1, 2대와 달리, 지역 청소년이 청소년 의원을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이지만 모의 선거를 통해 자신들을 대신할 사람을 뽑은 것이다.
그렇게 투표로 선출된 의원 16명이 지난해 5월부터 11월 본회의를 열 때까지 열심히 토론하고 연구하고 협의하면서 청소년들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들 가운데 이윤이(19) 학생(의장)과 조성민(19) 학생(교육위원장), 그리고 김유진(16) 학생(문화위원장)을 양산시청소년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윤이 학생과 유진 학생은 1대 청소년의회 때부터 활동해왔다. 특히 윤이 학생의 경우 올해 고3으로 대학 입시를 앞둔 상황에도 의장을 맡았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많았을 텐데 그래도 꼭 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고 한다.
“솔직히 고3이라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공부 때문에 의회를 뒷전으로 한다는 말은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1대 때부터 해서 애착이 많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윤이 학생이 청소년의회를 아끼는 이유는 청소년의회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실제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란 점 때문이다. 올해 청소년의회에서 의제로 결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 온라인 청원사이트 개설 ▶청소년 소방안전교육 확대 ▶양산시 연합동아리 구성 ▶시장ㆍ교육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개최 ▶권역별 접근이 쉬운 동아리 활동 확대 ▶심야버스 운행 확대와 학교 진로 활동 확장ㆍ다양화 ▶청소년 창업교육 등 청소년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
윤이 학생은 “지난 1대 때 인권위에서 청소년 근로와 관련해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문제를 다뤘다.
그때 청소년들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고 정당한 노동과 임금을 주는 업체에 ‘좋은 가게 스티커’를 붙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 학생도 1대 때부터 3년 동안 청소년의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중학생인 유진 학생은 “청소년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청소년의회를) 막상 해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물론 ‘문화’라는 영역을 다루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청소년에게 문화란 무엇이며, 무슨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토론을 시작하면 동아리 활동과 진로박람회, 토크콘서트까지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오히려 위원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중재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
미국 유학으로 1년 늦게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성민 학생은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한 청소년의회다.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청소년의원들의 진지한 태도와 깊이 있는 토론에 놀랐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 청원사이트 개설을 주제로 토론할 때 정치라는 게 청소년과 동떨어진, 어른들만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고등학생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주저하지 않고 말합니다. 더 중요한 건 어른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들어주려고 하죠. 그게 우리와 가장 많이 다른 점 같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우리가 정치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청소년 의회에 열심인 것은 “정치란 건 미래를 가꿔가는 것이고, 우리가 바로 그 미래이기 때문”이다.
윤이 학생은 “청소년 의회를 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을 위한 정치라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적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청소년들 꿈을 펼쳐나가도록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일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진 학생 역시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 갖는 것에 대해 너무 이르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른들에게만 투표권을 준다고 달라질까 의문”이라며 “청소년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미래의 청소년도 지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민 학생은 “의회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과 우리 학교, 다른 청소년들의 고민까지 알게 됐고, 그런 고민이 모두 함께하는 고민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어쩌면 정치라는 게 특별할 것도, 겁낼 것도 없는 평범한 것들의 연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