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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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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記者)’는 듣는 직업이라고 배웠다. 말 그대로라면 ‘기록하는 사람’인데, 듣는 직업이라고 한 이유는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잘 듣는 것, 즉 어느 한쪽에 치우쳐 듣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잘 쓰는 것 못지않게 잘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비유하는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와 같다.
잘 듣기 위해서는 잘 물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원하는 것을 먼저 대답할 리 없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취재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하지만 질문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섬세하고 세련되면서도 본질을 간파하는 질문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질문의 수준은 곧 기자의 능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이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 이름이 1위로 올라왔다. 굉장한 사고(?)를 치지 않고서는 기자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이 흔하지 않은 일이라 흥미 있게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기자의 질문 태도와 내용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논란이 되고 있었다.
기자는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현실경제가 얼어붙어 있다. 여론이 냉랭하다.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불안해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이와 관련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강조를 하고 계시는데 그럼에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오늘 모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렸다”며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짧게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없다”와 “국민을 대변한 당찬 질문이었다”는 반응이다. 언론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KBS 최경영 기자는 질문이 추상적이고 상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무슨 정책이 어떻게 잘못돼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됐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답하는 사람도 인과관계를 반박할 것”이라며 “말을 모호하게 시작하니까 결국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도 추상적이고 인상 비평만 하는 것 같은 이상한 질문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지난 정부에서 봤지만 대통령 앞에서 다소곳이 손 모으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해 논평할 정도의 경험과 능력이나 그리고 통찰을 갖추지 못해 개인적인 생각은 접어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KBS 최경영 기자가 소개한 미국 CNBC 줄리아 부어스틴 기자의 ‘더 나은 질문을 하는 6가지 방법(6 ways to ask better questions)’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그는 인터뷰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질문하라, 심문하지 마라 ▶놀라움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라(식상한 질문 말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하라) ▶(질문했으면) 잘 들어라 ▶장황하게 떠들지 말고 요점만 질문하라 ▶정말 대답하고 싶어 하거나, 진짜 대답하기 싫은 것을 질문하라 ▶큰 질문을 작은 질문으로 나눠라(추상적이지 않게 구체적으로 질문하라)
새해를 맞아 다양한 계층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과연 우리(양산시민신문)는 품격 있는 질문을 하고 있는가? 인터뷰에 앞서 다시 한번 깊은 생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