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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줄다리기 아닌 나뭇짐에 ‘불 질러’ 사람 모았다” ..
사회

“줄다리기 아닌 나뭇짐에 ‘불 질러’ 사람 모았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2/19 09:14 수정 2019.02.19 09:14
■ 3.13신평장터 만세운동 기록 바뀌나
성파 스님 “줄다리기 신빙성 없다”
기존 문헌기록 뒤집는 증언 나와
당시 신평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통도사 스님 등에게 직접 들어

역사 사실 밝힐 학술연구 필요성
(사)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
내달 학술대회에서 공론화 방침

경남 최초 항일 만세운동이었던 ‘하북 신평장터 만세운동’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기존에는 신평장터에서 줄다리기를 준비 중이던 주민이 대거 만세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줄다리기가 아닌 통도사 양대응 스님이 나뭇짐에다 짚으로 불을 질러 사람을 모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

이 같은 내용은 (사)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정수)가 내달 9일 예정한 하북 신평장터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14일 진행한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사진)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성파 스님은 “독립선언서를 통도사로 몰래 가져왔고, (광복 이후 통도사 초대 주지를 지낸) 양대응 스님 등이 주축이 돼 만세를 불러야 하는데 사람 많은 데가 마땅치 않아 신평장날을 택했다”며 “땔감으로 쓰는 나뭇짐을 장터에 몇 짐 가져다 놓고 짚을 포개 불을 지른 뒤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니 사람들이 전부 놀라 나왔고, 그때 (독립선언서를) 뿌렸다”고 말했다.

성파 스님은 이어 “불시에 사람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줄다리기를 가장해 사람을 모았다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없다”며 당시 직접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스님 등 여러 명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 양산시민신문

양산항일독립운동사 등 문헌에 따르면 통도사 출신인 오택언(1987~1970)은 민족대표 33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만해 한용운 스님의 밀명에 따라 백성욱ㆍ김상헌ㆍ신상완ㆍ정병헌ㆍ김대용ㆍ김봉신ㆍ김법인 등과 함께 서울에서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만해 스님의 밀지를 품고 3월 5일 통도사에 도착했다.

통도사 지방학림 학생대표였던 김상문과 통도사 스님 등에게 서울 만세운동 과정을 설명하고, 거사를 추진하던 중 비밀이 누설돼 3월 7일 일본 경찰에 검거, 보안법 위반으로 서울로 압송됐다.

하지만 통도사 보통학교와 지방학림 학생대표 김상문을 비롯한 양대응, 박세문, 이기주, 김진오 스님 등 40~50여명의 학생과 불교강원 학인 승려 10여명, 통도사 거주 승려 10여명이 신평장날인 1919년 3월 13일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신평장터 동쪽 도로에 짚으로 만든 밧줄을 놓고 줄다리기를 준비 중이었는데, 이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주동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시장 사방으로 흩어졌고, 붉은 띠 모자를 쓴 사람을 따라 이동하면서 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만세운동을 벌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편, 신평장터 만세운동과 관련해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 다른 증언이 나오면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밝히기 위한 학술연구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오는 8일 통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하북 신평 만세운동 100주년 학술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지역 역사학계 등에 공론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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