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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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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생각보다 어렵다.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육체노동도 감내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돈도 제법 들어간다.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봉사란 타고나야 하는 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막상 봉사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봉사는 마음만 있으면 돼”라고 말한다. 거짓말 같다. 분명히 시간도 많이 뺏기고 돈도 필요한 게 눈에 보이는데…. 몸이 피곤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봉사자들은 ‘안 해봐서 그렇지, 한 번 해보면 왜 이걸 계속하는지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삼호동에 있는 ‘덕수이용원’ 대표 이덕수(59) 씨도 그렇다. 어린 시절 가난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붙잡게 된 가위. 올해는 그렇게 가위를 잡고 봉사를 시작한 지 40년 되는 해다. 그가 무료로 머리를 다듬어 준 사람만 무려 1만7천371명이다. 40년 역사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경상남도지사 표창, 양산시장 표창 등 수없이 많은 상장에 새겨져 있다.
“옛날에는 입학이나 졸업, 결혼식과 같은 큰 행사가 아니면 이발관에 가기 힘들었어요. 애, 어른 할 것 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덥수룩했고, 제멋대로 자란 앞머리는 눈을 찔렀죠. 그런 모습을 보다가 ‘아, 내가 조금만 고생하면 저 노인이, 저 아이가 좋아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분들은 이발소에 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모습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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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어려웠던 그 시절이기에 누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로 느껴졌다. 실제 시기 어린 시선도 많이 받았다. 이 씨는 “처음에는 내가 하는 봉사를 마뜩잖게 보는 사람도 많았다”며 “하지만 내가 가진 재주 하나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사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런 시선을 견뎌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길을 건너고 고개를 넘으며 사람들을 만났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거동이 불편해 세상 가운데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한겨울 머리에 물을 뿌리면 금방 살얼음이 맺혀 가위질도 제대로 먹히지 않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다. 그렇게 친구를 쌓아가며 세월을 보냈더니 이제 봉사에 함께 나설 가족도 생겼고, 뜻을 함께하는 동료도 많아졌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표창까지 받으니 이제 봉사 말고 다른 일은 생각하는 일조차 거의 없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고맙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냥 쑥스러워합니다. 그 모든 게 좋아요. 내가 그들 머리를 잘라주면 그들은 돈 대신 행복을 지불하더군요. 어릴 때 봉사활동에 따라다니던 아들 녀석이 이발 기술을 배워 이제 함께 봉사하니 뿌듯할 수밖에요”
아들 이태곤 씨와 며느리 김연옥 씨까지 봉사를 함께하며 이제 ‘사랑의 가위손 가족’이 됐다. 봉사도 ‘미용’을 넘어 홀몸 어르신, 소년소녀가장 돕기로 이어지고 있다. (사)한국이용사회 경남양산시동부지회 동료 이용사들도 함께한다. 이용사가 아니지만 봉사를 위해 이용 기술을 배운 이웃도 있다. 그에겐 모두가 고마운 존재다.
“몰랐죠. 그냥 지나 보니 40년인 거죠. 아직도 욕심은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이요. 그래서 우리 활동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무엇보다 내가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힘을 내야겠구나 싶어요. 아직 기술은 남아 있잖아요. 손끝에서 가위를 놓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봉사할 생각입니다”
더벅머리 소녀가 이 씨의 가위질을 거쳐 아름다운 모습을 갖춰가듯 이 씨와 그의 동료들은 오늘도 지역 곳곳에 아름다운 가위질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