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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100년 전, 하북 신평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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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하북 신평에서는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3/05 10:32 수정 2019.03.05 10:32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타임머신을 이용해 시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매력적인 소재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시간여행의 도구인 타임머신은 영국 소설가 웰스가 지은 공상과학 소설의 제목에서 온 이름이다. 국어사전에서는 ‘과거나 미래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공상의 기계’라고 정의한다. 공상(空想), 즉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막연한 생각 속 기계라는 말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에 따르면 시간여행이 실제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할 기술은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론 물리학자들은 설명한다. 사실 그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지금 중요하지는 않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는 상상을 해보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이다. 전국으로 3.1독립만세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을 때다. 1919년 3월 13일 하북 신평에서도 만세운동이 있었다. 훗날 경남 최초의 만세운동으로 알려진다.

통도사 출신인 오택언(1987~1970)은 민족대표 33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만해 한용운 스님의 밀명에 따라 백성욱ㆍ김상헌ㆍ신상완ㆍ정병헌ㆍ김대용ㆍ김봉신ㆍ김법인 등과 함께 서울에서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만해 스님의 밀지를 품고 3월 5일 통도사에 도착한다. 그 후 통도사 지방학림 학생대표였던 김상문과 통도사 스님 등에게 서울 만세운동 과정을 설명하고, 거사를 추진하던 중 비밀이 누설돼 3월 7일 일본 경찰에 검거, 보안법 위반으로 서울로 압송됐다.

하지만 통도사 보통학교와 지방학림 학생대표 김상문을 비롯한 양대응, 박세문, 이기주, 김진오 스님 등 40~50여명의 학생과 불교강원 학인 승려 10여명, 통도사 거주 승려 10여명이 신평장날인 1919년 3월 13일 만세운동을 주도한다.

바로 이때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시간여행을 하고 싶은 역사의 한 순간이다. 현재 각종 문헌에는 당시 신평장터 동쪽 도로에 짚으로 만든 밧줄을 놓고 줄다리기를 준비 중이었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이 대거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줄다리기를 가장했다는 내용은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를 취조했던 일본 경찰 기록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은 줄다리기가 신빙성이 없다면서 당시 직접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여러 스님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양대응 스님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날을 택해 땔감용 나뭇짐을 장터로 옮긴 뒤 짚으로 불을 붙여 ‘불이야’ 소리를 지르며 사람을 모았다고 말했다.

통도사 방장의 발언이라는 무게감을 뒤로하고서라도, 상황을 떠올려 보면 성파 스님 발언에 수긍이 간다. 당시 일본 주재소(현재 파출소 개념)가 통도사 화엄전 옆에 있었는데, 통도사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신평에서 사람이 대규모로 모이는 줄다리기를 준비했다는 것은 일본 경찰 입장에서는 감시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줄다리기가 감시를 덜 받으려면 신평마을에서 줄다리기를 꾸준히 해와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줄다리기를 빙자했다는 기록이 문헌에 남아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완전히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평 만세운동 시민 참여 과정에 대한 기존 내용과 다른 새로운 주장이 나오면서 양산 독립운동사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정수) 주관으로 오는 8일 통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하북 신평 만세운동 100주년 학술대회’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첫 공식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대회와 함께 이튿날인 9일 열리는 신평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양산의 항일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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