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전국 최초라고 자랑하던 의ㆍ생명융합대학, (가칭)BICT융합대학(이하 BICT대학)이 반쪽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BICT대학은 정보통신과 사물인터넷, 생명공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정밀의료 등 미래 신기술 융합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내년부터 신입생 168명(2개 학부)을 모집할 예정이었다. BICT대학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인 ‘동남권 의ㆍ생명특화단지 조성 사업’과도 연계해 대학은 물론 지역 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BICT대학은 반쪽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신입생(예정) 168명 가운데 단 54명만이 양산캠퍼스에서 학교에 다니게 됐기 때문이다. 의ㆍ생명융합공학부(의생명공학전공 34명, 융합소프트웨어전공 20명)를 제외한 정보컴퓨터공학부 114명이 부산 장전캠퍼스에 그대로 남기로 했다.
학생 수로는 BICT대학이 반쪽, 정확히는 1/3 쪽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부산대측에서는 향후 여건이 변할 경우 학부 이전 문제는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여건 변화’가 필요한지 설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산대 학부 이전 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양산캠퍼스 조성 당시 약속했던 공과대학 전체 이전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전부는커녕 현재까지 단 한 개 학부조차 이전하지 않고 있다. 부산대측은 이전 불가 이유를 ‘학내 구성원의 반발’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교수와 학생들이 이전을 반대한다는 의미다.
약학대학도 마찬가지다. 전호환 총장이 약대 양산캠퍼스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약대 역시 ‘구성원’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부산대 약대 총동문회는 “부산약대 양산 이전을 두고 약대와 학교본부의 거듭된 논란 끝에 현 장전동 캠퍼스에 재건축을 협의했음에도 또다시 양산 이전을 추진하는 학교 측 일방 통보에 유감스럽다”며 “약대 이전은 절대 불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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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계획 당시 부산대 양산캠퍼스 조감도. |
ⓒ 양산시민신문 |
총동문회측은 “교양 교육을 갖춘 전문인을 양성하기에는 양산보다 장전동 캠퍼스가 더 유리하다”, “약대를 양산캠퍼스로 옮겼다간 인재도 잃고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며 양산캠퍼스는 마치 대학 유치에는 부적절한 위치인 듯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BICT대학마저 반쪽이 될 위기다. 110만㎡가 넘는 양산캠퍼스 가운데 46만㎡는 10년째 황무지다. 명색이 대학 캠퍼스인데 병원과 대학원을 제외한 단과대학은 사실상 간호대학뿐이다. 이만하면 부산대가 양산캠퍼스 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학내반대를 설득할 ‘능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라는 지적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연이은 단과대학 이전 실패가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캠퍼스 ‘난개발’ 우려 때문이다. 실제 대학이 들어와야 할 자리에 각종 연구시설이 대신하고 있다. 연구시설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계획 없이 들어서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학교’를 기대했던 시민 바람과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양산캠퍼스 남은 부지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옥문 경남도의원은 시의회 의장 시절인 지난 2015년 양산부산대병원 개원 7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부산대의 행태를 작심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한 의원은 “2001년 양산캠퍼스 유치를 위해 20만 시민이 힘을 모아 노력했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공대와 약대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국립이란 이유로 국가기관이 조성한 부지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이는 명백한 국민에 대한 권력남용과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덧붙여 “사업 의지와 계획이 없다면 양산캠퍼스를 국가에 반납해 국민 세금 낭비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섭 양산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 역시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계약대로라면 2016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이전이 끝나야 했는데 아직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 이전 계획이 없다면 부산대는 양산시에 땅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지적처럼 부산대도 양산캠퍼스 반납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곳은 지금처럼 마냥 방치할 게 아니라 대학이 아니라면 다른 용도라도 시민을 위해 가치 있게 써야 할 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