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중년’이라는 말, 아직은 낯설다. 정책적, 학문적으로 합의한 용어는 아니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조기 퇴직자를 대상으로 정책적 관심을 받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보다 확대한 인구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5060세대, 즉 50~69세를 중장년 대신 ‘신중년’으로 규정한다.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얼떨결에 ‘어쩌다 어른’이 됐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환경도 계속해서 변한다. 건강수명은 늘어났지만, 직장을 잃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다. 신중년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나왔다. 한편으로는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50대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다.
신중년은 그동안 신어왔던 신발을 바꿔 신고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기다. 그것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다는 게 문제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어디로 가긴 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 지 난망하기만 하다.
사회 문제로 대두한 청년 일자리만큼 신중년의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오랜 경력에다 그에 걸맞은 실력과 노하우, 그리고 일할 힘이 충분히 남아있지만 좀처럼 일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창업이나 귀농 등 다른 일을 시작해보려 해도 정보와 자금이 없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쉽사리 발을 들이지 못한다. 가족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할 집안의 기둥, 하지만 내면으로는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 나약한 개인, 그것이 바로 신중년이라는 용어에서 연상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통계청 지역고용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1세다. 남자는 51.4세, 여자는 47.1세였다. 반면, 희망하는 은퇴 연령은 72세다. 무려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퇴직한 뒤 신중년이 된 5060세대는 20년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신중년이 취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때문이라는 이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노후준비는커녕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에 내몰려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신중년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났다. 신중년은 가정에서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부 지원에서 밀려나면서도 신음조차 내지 못하는 신세였다.
최근 정부가 신중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양산시도 중장년 남성을 위한 지원사업과 제도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산시복지재단이 신중년 세대 지원정책 수립방향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성과보고회를 열어 양산시 차원의 다양한 노후준비 지원체계를 위한 토론회를 연 것도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재단 조사연구에 따르면 양산지역 신중년은 비교적 노후준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와 건강, 여가, 재무 분야에서 모두 중ㆍ상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중년이라는 범위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중장년 세대에 비해 나이가 많은 노인 세대는 노후준비가 미흡하다. 특히, 소득과 자산 등 재무 분야가 그렇다. 이들의 예상 노후소득 차이는 무려 171만원이 넘는다. 신중년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는 내년부터 고령인구에 진입한다. 각종 복지정책에서 소외됐던 신중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회적 안전장치의 핵심은 일자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질이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60대 이상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이나 자영업, 일용직에 집중돼 있다. 기존에 해오던 일자리 상담 등 산발적인 지원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한 일자리의 질을 높일 신중년 맞춤형 일자리 지원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