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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그 마음 5월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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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5월만 같아라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5/14 09:10 수정 2019.05.14 09:10

 
↑↑ 홍성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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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대부분 사람에게 풍성하고 흥겨운 명절이다. 하지만 이 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최근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생대로, 취준생은 취준생대로, 주부는 주부대로, 각자 그들만의 고충을 호소한다. 우리 사회는 “우리 명절이 과연 지금 이대로 좋은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봉착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2018년 지난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날은 어린이날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누구나 그렇듯 평일보다 주말에 행복감이 높고, 주말 가운데서도 일요일보다는 토요일의 행복감이 높은데, 지난해 5월 5일은 토요일이었던 데다가 대체휴일의 첫날이어서 높은 행복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협력해 대한민국 행복도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 4월 발간한 ‘ABOUT H: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21세기 북스)에 담긴 내용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개발한 ‘안녕 지수’(행복도)는 ▶지금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합니까? ▶지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낍니까? ▶지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까? ▶지금 얼마나 행복합니까? ▶지금 지루한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지금 짜증 나는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지금 즐거운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지금 평안한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지금 우울한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지금 불안한 감정을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등 10개 질문으로 구성해 정도를 측정했다. 이는 카카오 플랫폼 ‘마음 날씨’를 통해 1년 6개월간 150만명이 참여했고, 300만건 이상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했다. 올해도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5월의 첫 주를 사흘 연휴로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의 안녕 지수가 높았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안녕하지 않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5월은 챙겨야 할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다. 그만큼 경제적 지출도 많다. 직장인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한국인의 행복도가 어린이날 가장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부담스럽기도 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천6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가운데 7명은 가정의 달 5월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증가’가 44%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까지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기념일을 챙기다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각종 경조사가 몰리는 달이어서 비상금까지 긁어모아야 겨우 한 달을 넘길 수 있다. 형편에 맞게 선물을 마련하고 싶어도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된다.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하는 체면 문화가 우리를 옥죈다.

전문가들은 소비 분위기를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 의미를 두고 기념일의 의미를 되새기라고 말한다.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만한 정답도 없다.

5월의 첫날 근로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와 자녀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존중하고, 어린이날에는 어린이의 천진난만함을 지켜줘야 할 어른의 의무와 잃어버린 동심에 대한 그리움,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고마움, 스승의 날에는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한 선생님에 대한 존중과 존경, 성년의 날에는 이제 막 사회인으로서 인정받는 청년들에 대한 격려를….

누군가에게 때로는 행복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 때로는 힘겨울 수도 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그 마음만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월만 같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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