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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운전 졸업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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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졸업을 축하합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5/21 09:10 수정 2019.05.21 09:10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12일, 통도사를 찾았던 방문객이 참변을 당했다. 김아무개(75) 씨가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갓길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세게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운전 미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1톤 트럭을 몰던 70대 운전자가 거북이운행으로 사고를 유발했다. 뒤따르던 차량이 잇따라 충돌하면서 사고를 내 1명이 숨졌다. 하지만 정작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줄 몰라 신고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창원과 진주에서 각각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병원 안으로 돌진한 사고도 있었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벌어진 사고였다.

통도사 사고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300만명을 넘었다. 이에 따른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전체 자동차 사고는 2% 늘었지만 고령운전자 사고는 74%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통계만 놓고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운전이 서툰 여성운전자를 비하하는 ‘김여사’라는 단어에 이어 고령운전자를 빗댄 ‘김할배’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등 운전을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일부 고령운전자가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지만 대부분 고령운전자는 이러한 주장에 발끈한다. 공간ㆍ상황인지능력이나 운동신경이 젊은 시절보다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전을 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이 2015년 발표한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원인 분석연구’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약해진 신체 기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절반에 가까운 44.8%가 ‘나빠진 기능이 없다’고 답했다. 고령운전자들은 운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항변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 1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성과를 거두면서 다른 지자체도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의회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통안전 증진 조례 일부개정안>이 상정돼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임시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교통비 10만원이라는 일회성 지원은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진 대도시에 비해 지역 소도시는 대중교통만으로는 이동이 쉽지 않다. 도농복합지역인 양산시만 하더라도 대중교통만으로 움직이기는 힘들다. 고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면허 반납과 동시에 발이 묶이는 상황인데, 교통비 10만원에 상당한 불편을 감수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허울뿐인 운전면허 갱신 적성검사에 대한 지적도 많다. 정부는 개정한 <도로교통법>에 따라 올해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면허를 갱신할 때 2시간의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고령운전자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경험한 해외에서도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도입했거나 면허를 갱신할 때 도로주행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의사 소견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사회도 고령운전자 문제를 새로운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령운전자가 느낄 ‘상실감’과 ‘박탈감’에 대한 배려다. 여러 제도 도입과 입안에 앞서 고령운전자는 위험하다는 낙인과 운전면허를 빼앗긴다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될 일이다. “나이가 많으니 위험한 운전은 이제 그만 하세요”라며 강제하는 것은 도덕적 관점에서도 부적절하다. 어르신들 스스로 운전대를 놓을 수 있도록 충분한 설득과 이에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손에서 운전대를 놓을 때 누군가가 건네는 “운전 졸업을 축하합니다”는 말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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