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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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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6/11 09:26 수정 2019.06.11 09:26

 
↑↑ 홍성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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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비틀즈’라고 불리는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세계 음악시장을 휩쓸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가 유니콘 기업 수준인 11억6천만~20억7천만달러(한화 1조2천800억~2조2천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한 지 10년 이하 비상장 벤처기업을 뜻한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는 뜻이다.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웸블리 경기장에서 공연하는 등 월드투어를 돌고 있는 BTS는 한국의 진정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보여준다.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인 소프트 파워는 교육ㆍ학문ㆍ역사ㆍ예술ㆍ과학ㆍ기술 등을 모두 포괄하는 ‘문화’를 토대로 한다.

양산시가 삼장수마을 관광자원화사업에 다시 한번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12년 학술용역에서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된 이후 재도전인 셈이다.

삼장수(三將帥)는 조선 초기 무인으로 이름을 날린 세 형제다. 하북면 당시 초산리에서 태어난 이징석ㆍ징옥ㆍ징규 삼형제는 모두 무과(武科)에 급제해 무인으로서 최고 품계인 종일품까지 올라 삼형제 장수로 널리 알려졌기에 마을 이름도 삼수리(三帥里)로 바뀌었다. 삼형제 어린 시절 용맹과 호방함을 드러낸 일화가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다. 양산시는 삼수리 일대 3천300㎡ 터에 삼장수 홍보관과 씨름장, 야외전시장, 무대, 진입광장 등을 조성하고, 마을 입구인 충렬로 인근에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기본계획 실시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산시가 삼장수마을 관광자원화에 나선 것은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역사는 소프트 파워를 이루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이면서 1석 3조의 자산이다. 도시 품격을 높이고, 시민 자긍심도 키우고, 돈도 벌 수 있다. 우리 지역만 갖진 자산을 활용하는 것은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삼장수마을 관광자원화사업을 어떤 모습으로 추진할지는 알 수 없다. 성공 여부도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산시가 추진해온 비슷한 사업들을 살펴볼 때 크게 기대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양산시는 신라 눌지왕 때 충신 박제상과 그의 아들 백결을 모신 사당인 효충사(경남도 기념물 제90호)를 새롭게 정비해 효충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하는 등 박제상을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로 내세우고자 했으나 시기를 놓쳤다. 이미 울산시가 사당과 기념관을 건립하고 박제상문화제까지 개최하는 등 선점했기 때문이다. 결국 31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인 효충역사공원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찾는 사람마저 드문 상황이다.

양산 출신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재무차장을 지냈던 윤현진 선생도 부산에 빼앗길 뻔했다. 부산시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윤현진 선생을 ‘부산을 빛낸 인물’로 선정하고, 책자를 발간해 홍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산시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08년에서야 양산문화원을 중심으로 윤현진 선생 선양사업에 나섰으나 그나마도 흐지부지하다 2015년 본지가 다시 한번 선양사업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 중기 가마터인 법기리 요지 또한 오랜 기간 방치됐다. 1963년 국가사적지 100호로 지정됐으나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전문가들은 중요성을 크게 인식했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사기장을 제외하고는 관심 밖이었다. 법기리 요지는 일본의 주문을 받아 수출용 사발을 생산하던 곳으로, 한일 문화교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법기리 요지 또한 최근에서야 관심이 높아졌고, 각종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흔히 21세기를 소프트 파워 시대라고 말한다. 문화가 가진 힘이 곧 경쟁력이고, 그것은 경제력으로 이어진다. 과연 양산시의 소프트 파워는 어디쯤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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