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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천편일률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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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에서 벗어나야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7/16 09:07 수정 2019.07.16 09:07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쉰다. 직장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모처럼 시간을 내서 필요한 물건을 한꺼번에 사러 나왔는데, 의무휴일이라는 팻말과 함께 굳게 잠긴 문을 보면 난감하기만 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휴일, 기억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이 언젠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향하면서도 전통시장에 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동네 마트에서 당장 필요한 것만 사서 일주일을 버티다 대형마트에 갈 생각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샀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왜 그럴까? 불편한 주차시설, 흥정이라는 번거로움,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환경, 복잡한 공간 배치, 간혹 만나는 불친절한 상인들…. 굳이 이런 점을 감수하면서 전통시장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에 앞서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층은 전통시장에서 소비를 시작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이미 본인이 소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는 대형마트가 자리 잡은 이후다. 대형마트에 가는 것은 곧 생활이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의 대안이 아니라 선택지에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에게 대형마트는 ‘생활’이지만, 전통시장은 ‘체험’이다.

2017년 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필품과 식재료의 주된 구입경로로 대형마트를 꼽은 소비자가 63.4%에 이르렀다. 전통시장을 꼽은 소비자는 10.6%였다. 이런 경향은 대도시보다 중소도시가 더 심했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전통시장을 꼽은 소비자는 11.6%였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8.6%였다.

그런데 전통시장에 꼭 갈 때가 있다. 여행을 갔을 때 전국적으로 이름 난 전통시장에 가는 경우다. 이런 전통시장은 좀처럼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 젊은 층들에 이른바 ‘힙플레이스’(Hip place, 트랜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로 불리며 SNS에 각종 인증샷의 배경이 된다. ‘힙’한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주차가 더 편하다거나 시설이 쾌적하지 않다. 지역 특성의 잘 살린 차별화한 콘텐츠가 차이를 만든 것이다. 그만의 독특함이 성공 비결이고, 그 독특함은 브랜드화됐다.

양산시는 지역 대표 전통시장이라는 양산남부시장에 2008년 50억원을 들인 아케이드 설치사업을 시작으로 해마다 작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쏟아부으며 시설 현대화를 추진했다. 여기에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에 14억8천만원, 청년몰 활성화와 확장 지원에 13억원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지난 10여년간 남부시장에 투입한 예산이 2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양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예산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비 대부분이 시설 분야에 치우쳤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진행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청년몰 사업도 현재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인들 사이에서는 계속되는 시설 투자로 상점 임대료가 올라 건물주만 배 불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역방송에서 부산ㆍ경남지역 전통시장을 돌며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한다.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등장하는 사람(상인)만 바뀔 뿐 배경은 똑같다는 점이다. 어느 시장을 보더라도 같은 모습이다. 아케이드를 천장에 설치했고, 바닥 재질도 비슷하다. 새로 정비한 간판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시장 내부만 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특정하기 어렵다. 남부시장도 마찬가지다. 천편일률적인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젊은 층이 찾지 않은 남부시장은 앞으로 수백억원을 더 쏟아붓는다고 한들 시장 활성화는 요원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이 가진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통시장에 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남부시장만 독특함, 남부시장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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