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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자의 눈] 배웅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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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배웅의 기술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9/07/23 10:19 수정 2019.07.23 10:19

 
ⓒ 양산시민신문  
지난 3월 동료 기자가 자녀를 처음 학교를 보냈다. 드디어(?) 학부모가 된 것이다. 아이 입학식 때문에 아껴둔 월차까지 썼던 그는 아마 아이의 첫 등교에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 쓰이지 않는 부분이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친구와 담임선생님, 그리고 낯선 교실에서 처음 접하는 수업까지 아이의 ‘낯선 환경’에 부모의 마음은 기대만큼 걱정도 컸을 것이다.

지난 15일 양산시는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95명에 전보 142명까지 모두 237명이 자리를 옮겼다. 양산시는 현재 본청에 7국 4담당관 30과 143팀, 이외 의회사무국과 웅상출장소, 읍ㆍ면ㆍ동행정복지센터 등 21개 기구로 운영된다. 237명이 자리를 옮겼으니 대략 1개팀에서 최소 1명 이상 자리를 옮긴 셈이다. 정기인사 때 양산시 행정이 그야말로 난리 통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통해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바로 ‘배웅 문화’다. 부서 직원이 자리를 옮기게 될 경우 팀장이나 과장, 국장 등 선배 공무원들이 옮겨가는 부서까지 해당 직원을 배웅하는 것이다. 옮겨가는 부서에 떡을 돌리면서 ‘우리 직원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한다. 후배를 배웅하는 선배의 마음, 아마 아이를 처음 학교 보낸 동료 기자의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도 주어진 업무 잘 해내고, 새로운 동료들과 잘 어울리길 바라는 그 마음 씀씀이가 사실 훈훈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배웅문화가 행정 공백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대규모 정기인사를 단행하면 다소간의 행정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업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고, 자리를 서로 옮기는 과정에서 인사 당일에는 의도치 않은 공백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 팀장과 과장, 국장 등 부서 내 주요 의사결정권자까지 자리를 비우면 그 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인사 당일 기자도 필요한 자료가 있어서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아주 간단한 자료였고, 심지어 며칠 전부터 부탁했던 것이지만 하루 종일 애를 먹다 오후 늦게야 받을 수 있었다. 업무 담당자는 그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팀장과 과장은 그를 ‘배웅’하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훈훈한 배웅 문화가 결과적으로 행정 공백을 만든 셈이다. 과연 이런 공백을 기자만 겪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날 적지 않은 민원이 평소와 달리 늦게 처리되거나, 아예 다음날로 미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배웅문화는 동료를 아끼는 마음의 표현이다. 아이를 학교 보낸 동료 기자의 마음과 비슷했을 것이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할 아이 생각에 담임선생님 손을 꼭 부여잡는 부모나, 갓 지은 떡 돌리며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는 상사의 마음은 같다.

하지만 뭐든 적당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치맛바람이 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동료에 대한 애정이 공무원 본연의 업무를 소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최근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배웅문화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동료를 아끼는 마음, 적당히 표현하고 조금은 마음속에 담아둬도 좋을 듯하다. 문턱 닳도록 학교에 드나들지 않아도 우리는 부모님이 늘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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