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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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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절정이다. 오늘도 참 덥다. 멀리는 못가더라도 가까운 계곡을 찾아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하루다. 넘치는 인파에 입구부터 늘어선 차량, 그리고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뭐 어쩌랴. 극성수기에 상쾌한 바람이라도 쐬려면 그 정도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짜증 나는 것은 계곡을 버젓이 자신들 영업장으로 만든 상인들의 안하무인 한 태도와 특급호텔 뺨치는 바가지요금이다. 계곡에 가는 동안의 걱정은 약간(?)의 귀찮음뿐이지만, 계곡에서의 이런 행위는 하루 기분을 완전히 망치게 한다. 해마다 기승을 부리는 계곡 내 불법 영업, 올해는 좀 달라졌을까?
양산시민은 물론 인근 부산과 울산 등에서도 많이 찾는 내원사 계곡. 보행로는 물론이고 계곡 안에도 간이테이블과 파라솔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인근 식당에서 계곡을 무단 점유한 뒤 불법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가뭄으로 계곡물이 말라 한 철 장사를 망쳤던 것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불법 영업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인 줄도 모르겠다.
내원사 계곡 안에서는 야영과 취사, 음식 판매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백숙과 오리불고기 등을 조리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지역 토박이인 식당 주인들과 공무원 유착관계로 인해 근절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마다 반복해서, 너무나 당당하게 불법 행위를 해서일까? 피서객들도 이제는 계곡 내 편의시설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나마 내원사 계곡은 자릿세나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은 그다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불법은 불법. 양산시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에 관계부서가 합동 단속에 나섰다. 적발한 식당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이후에도 불법 영업을 계속하면 과태료는 물론 영업정지와 형사고발까지 한다는 방침이지만, 막무가내식 배짱 영업이 없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곡 내 불법 영업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지자체들이 최근 잇따라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역 상인들 생계 수단이라는 이유로, 알면서도 모른 채 해왔던 것에 대해 이제는 불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행정대집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수락산 계곡과 은항아리 계곡, 묘적사 계곡, 수동 계곡 등 4개 하천에 있는 불법 구조물 82개를 철거했다는 기사가 주요 포털 메인을 장식했다. 기사에서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시민의 것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자치단체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는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남양주시의 조처를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저마다 자신들 자치단체장을 소환하는 댓글도 많았다. 우리 동네 계곡은 정리하지 않고 뭐하고 있냐는 질타다.
남양주시가 계곡 내 불법 시설을 철거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 7월부터 실제 일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을 교육했다. 그리고 지역별 주민 설명회와 좌담회, 건축주와 토지주, 영업주 면담, 주민 토론회와 철거 협의 등 16차례 만남을 통해 소통했고, 행정대집행 통지와 함께 자진 철거를 독려했다. 이후 지난 3월부터 강제 철거에 들어가 지난달 10일 모든 철거를 마무리했다.
계곡 내 불법 영업에 대해 자치단체가 업자를 고발하면 업자는 벌금을 낸 뒤 영업을 계속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벌금을 내더라도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한 철 장사에 대한 유혹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들도 결국 그 피해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행정대집행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 당장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상인들이 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자연은 지속 가능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누려야 할 가치를 훼손하면 결국 그 소수마저도 이익을 잃어버리고 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