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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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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밥 한번 편하게 먹자!!!’라는 게시물이 급속히 퍼지면서 감동을 안겼다. 서울시가 결식아동에게 지급하는 ‘꿈나무 카드’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밥값을 받지 않겠다는 파스타 가게 사장의 글이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진짜파스타’를 운영하는 오인태 씨는 올해 초 구청에 갔다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알게 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가게에 도움이 될까 싶어 알아봤는데, 정산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웠다. 결식아동에게 하루 한 끼 5천원을 지급하는데, 현실적으로 5천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가맹점도 많지 않았다. 뭔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 오 씨는 친구들(투자자)과 협의해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그냥 안 받을랍니다”였다.
꿈나무 카드 소지 아동이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 씨는 결식아동들에게 몇 가지만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첫째, 가게에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둘째, 뭐든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얘기해라. 눈치 보면 혼난다. 셋째, 매주 월요일은 쉬고, 일요일은 오후 5시 30분까지만 영업하니,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넷째, 다 먹고 나갈 때는 카드 한 번 보여주고, 미소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다. 다섯째, 매일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자주 보자. 이 다섯 가지를 당부한 오 씨는 “당당하게 웃고 즐기면 그게 행복이다. 현재의 너도, 미래의 너도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후 오 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꿈나무 카드를 꺼내기조차 꺼리는 아이들을 위해 자체 VIP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서 나눠준 것이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라는 배려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먹어서 혼내(?)주자’며 일반 손님 발길이 이어졌다. 2층에 있는 가게 계단에는 자리가 부족해 매장에 들어가지 못한 손님들이 줄을 섰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거래처에서는 물건값을 깎아주기도 했다. 오 씨는 결식아동뿐만 아니라 소방공무원들에게도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전국에서 진짜파스타 행보에 동참하는 가게가 하나둘 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동참 가게 리스트를 만들어 스스로 홍보에 나섰다. 말 그대로 ‘선한 영향력’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7월 19일에는 청와대에서 한 통의 서신이 전해졌다. 김정숙 여사가 오 씨에게 보낸 것이다. 김 여사는 “이 여름에, 청명한 한 줄기 바람 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 사는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밀고 나가는 힘은 언제나 보통 사람들의 선의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반드시 함께 아파하고, 함께 돌봐야 했던 배고픈 아이들에 대한 님의 관심은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선한 우리를 깨워줬다”고 밝혔다. 이어 “님이 세상에 내어놓은 진짜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위안이 되고 선물이 됐다. 어느 하루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은 평범한 이웃, 그 한 사람의 다정한 미소임을, 그것이 우리의 희망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진짜파스타’의 선한 영향력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양산에도 ‘희망양산카드’라는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카드가 있다. 한 달 치 포인트를 먼저 지급하면, 그것으로 가맹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한 끼 책정 금액은 4천500원. 지난해까지 4천원이었다가 올해부터 500원 올랐다. 8월 22일 기준으로 희망양산카드 사용자는 1천461명. 현실적으로 4천5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가맹점은 대부분 편의점이다. 한창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나마도 가맹점 수가 줄고 있어 지난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인 ‘웅상이야기’가 가맹점 확대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카드 디자인으로 아이들이 카드를 꺼내는 행위 자체에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가 자체 VIP 멤버십 카드를 만든 이유도 여기 있다.
여름방학이 끝났다. 누군가에겐 즐거운 방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밥 한 끼에도 눈치를 봐야 하는 고난의 시간일 수도 있다. 방학이 끝났다는 아쉬움 대신 눈치 보지 않고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안도해야 하는 아이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그늘을 밝히고 온기를 불어넣는 선한 영향력이 양산에도 널리 퍼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