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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삶을 뒤흔드는 감각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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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뒤흔드는 감각공해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09/03 09:15 수정 2019.09.03 09:15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은 누구에게나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다. 힘겨운 일과를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제아무리 무던한 사람이라도 짜증부터 난다. 그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반복한다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범은 바로 ‘감각공해’다. 감각공해는 시각과 후각, 청각 등 사람의 감각을 자극해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환경문제다. 밤에 잠을 이룰 수 없게 하는 간판 조명(빛공해), 윗집 층간소음과 도로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소음공해), 쓰레기 더미나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악취공해) 등이 바로 감각공해다.

사회가 고도화하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주거지와 상업지 구분이 모호해졌고, 낮과 밤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그러면서 떠오른 것이 감각공해 문제다. 감각공해는 광범위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일반적인 환경오염과 달리, 특정 범위에 집중되고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 더욱 불쾌하다. 야간근무와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은 감각공해에 특히 취약하다. 사회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살인 등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밤에도 밝은 빛을 쬐게 되면 생활 리듬이 깨지는 것은 물론 수면장애와 당뇨, 비만, 우울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한, 뇌에서 분비하는 멜라토닌을 교란해 암 발병률을 높인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T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원하지 않는 소음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집중력 저하와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소음공해는 빛공해와 마찬가지로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악취 역시 마찬가지다. 불쾌감으로 시작하지만 심할 경우 구토와 두통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양산에서도 감각공해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동면 수질정화공원 인근 주민들은 반복되는 악취로 일상생활에서 큰 고통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수질정화공원은 건립 당시 주거지 외곽에 있어 별다른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 입주를 시작하면서 집단민원을 유발하는 시설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2016년 악취개선사업을 마무리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양산시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웅상지역 4개동 주민 역시 악취로 아우성이다. 특정 지역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4개동 전역이 악취를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마다 악취 종류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한 악취 지도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웅상출장소는 뾰족한 악취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악취 문제뿐만 아니다.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나오고 있다. 물금 워터파크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공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다소 늦은 시간까지 진행하는 대규모 행사 때면 어김없이 불만이 터져 나온다. 수년 전 양주동에 있는 한 아파트 주민이 야간에 청소년과 동호인들이 농구 하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인근 공원 농구장에 폐기름 수십ℓ를 뿌려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있는 교회 첨탑 십자가 불빛이 너무 밝아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주민과 교회 간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도 감각공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규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법적 기준치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감각공해는 원인이 명확한 것도 있지만, 불명확한 경우도 많다. 특히, 인구밀도나 주거지 위치 등 조건이 다른 데다 개인이 느끼는 차이도 커 객관적인 기준치를 마련하기 어렵다.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갈수록 감각공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양산시는 감각공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감각공해 특성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감각공해를 줄이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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