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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현 편집국장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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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0여년 전 양산시가 관광자원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했던 ‘양산천 구름다리’(일명 학다리)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사업비 확보 등을 이유로 수차례 계획을 변경하면서 ‘뜬 구름 잡는 구름다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양산천을 가로질러 양산종합운동장과 춘추공원을 잇는 길이 257m, 폭 3.54~7.4m 규모 초대형 보행자 전용다리 건설은 당시 양산시장이 역점 추진했던 사업이다. 1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들여 양산시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예산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은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이 컸다. 당시 한창 시세(市勢) 확장을 시작하던 양산시는 종합운동장 대형 태극기와 분수조형물 설치 등 각종 도시경관사업에 지나치게 투자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양산천 구름다리는 그 지적의 정점에 있었다.
‘최대’, ‘최고’, ‘최초’라는 허울뿐인 명성에 사로잡혀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시의회의 질타 속에 양산천 구름다리는 2010년 6월 준공 이후 8월 초 일반 시민에 개방됐다. 대형 사업에 으레 뒤따르는 준공식도 없었다. 말 그대로 ‘은근슬쩍’이었다. 양산시는 불필요한 행사비 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장이 바뀌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데다 예산 낭비 논란을 다분히 의식한 결과였다. 결국 구름다리는 만들어졌고, 거대한 규모 덕분(?)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건축물이 됐다.
하지만 예산 낭비 논란과 함께 애초부터 제기됐던 안전사고 발생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구름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살다리’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汚名)을 쓰게 됐다. 엉뚱한 방향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셈이다.
이를 씻고자 양산시는 백조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형상으로 본 떠 만들어진 외형적 특징을 살린 스토리텔링-신라와 가야를 경계하는 양산천 사이에 세워진 다리는 신라 청년과 가야 처녀가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백조가 됐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그러한 곳에 백조 모양 다리를 놓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했다-을 통한 명소화를 시도했지만 시설물 관리 소홀과 시민 외면 속에 다리 난간에 설치한 녹슨 열쇠고리와 스토리텔링 표지판만 남기고 흐지부지됐다. 이후 또다시 공무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춘추공원과 연계한 관광자원화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지만 묘안을 얻지는 못했다. 급기야 2015년에는 구름다리 내 흔들다리 구간 목재 바닥 일부가 파손되면서 교량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현재에도 양산천 구름다리는 이용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다. 다리의 효용 가치라고는 양산천 둔치에서 양산삽량문화축전을 할 때 폭죽을 설치하는 용도밖에 없다는 조롱을 듣고 있지만 딱히 반박할 만한 말도 없다. 단순한 비판이라면 흘려들을 수 있지만, 문제는 자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8월에도 양산천 구름다리에서 20대 남성이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이후 양산경찰서(서장 이정동)는 양산시, 양산소방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관계기관과 함께 구름다리 자살 예방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지역공동체 치안협의체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난간 높이를 조절하고, CCTV를 추가 설치해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시설을 보강해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야 말로 전국적인 관광명소라는 애초 목적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살다리’라는 오명만은 반듯이 벗도록 적극적인 후속 대책 마련과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