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양산시민신문 |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이날 행사장에 간 사람들은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1일 열린 2019 삽량빛문화축전 개막식 상황이다.
양산시는 이번 삽량문화축전에 10만여명이 찾았다고 말했다. 역대 최다인원이다. 숫자로만 보면 양산시민 셋 중 한 명은 행사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10만명 가운데 개막식과 폐막식을 보러 온 사람을 빼고 나면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물음이다. 양산문화축전사무국은 자체 추산 결과 개ㆍ폐막일에 각각 4만명의 참가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모두가 개ㆍ폐막식만 즐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ㆍ폐막식을 제외한 나머지 행사를 즐긴 인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번 축전 기간 거센 바람에 많은 프로그램이 취소되거나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부분도 감안하더라도 “사실 개ㆍ폐막식이 축제의 전부였다”는 비판을 반박하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삽량문화축전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삽량’과 ‘문화’라는 넓고 모호한 주제가 오히려 특징 없는 축제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다.
특징이 없다 보니 흥행을 위해 더 화려한 것, 인기 있는 것을 좇기 마련이다. 그 결과가 개ㆍ폐막식만 점점 화려해진다. 몸값 비싼 가수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면 사실상 다른 행사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돈의 쓰임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양산시가 이번 삽량문화축전에 지출한 예산은 모두 7억5천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개막행사와 폐막공연에 쓴 예산이 1억4천600만원이다. 올해 처음 시도한 빛 무대 조성과 운영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1억9천300만원이다. 개ㆍ폐막식, 빛 운영비 등을 빼면 4억1천600만원이 남는다. 이 가운데 홍보비와 조직ㆍ인력 비용으로 쓴 돈이 1억6천500만원이다. 결국 2억5천100만원으로 특설무대와 전시 체험, 연계 프로그램 등 축전의 나머지 모든 행사를 진행했다는 의미다.
대부분 축제가 개막식과 폐막식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쓴다. 행사 시작 분위기를 띄우고 끝맺음을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그게 축제의 본보기가 될 순 없다. 냉정하게 돌아보자. 우리 기억에 이번 삽량축전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 그렇게 화려했던 개ㆍ폐막식을 빼면 무엇이 남는지 말이다.
최근 김일권 양산시장과 고교생들이 만난 정책간담회에서 한 고교생은 개막식에 지원하는 예산 일부를 지역 예술인 무대나 학생 공연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 기획자들이 곱씹어 봐야 하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좀 더 크면 어때서?”라고 반문한다. 축제가 시민을 즐겁게 만든다면 개막식이 좀 화려해서 나쁠 것 없다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다만 그런 축제를 지향할 거라면 괜히 고상한척하며 ‘문화’, ‘전통’, ‘역사’ 이런 것들을 앞세우지 말자. 차라리 대놓고 놀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자.
분명한 건 지금 축제는 ‘삽량문화축전’이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다는 점이다. 이름을 찾든지 개명(改名)을 하든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