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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넘을 수 없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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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수 없는 벽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9/11/05 10:27 수정 2019.11.05 10:27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키오스크(Kiosk)’, 단어 자체가 아직 낯선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기다. 기획재정부의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키오스크는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정보통신에서는 정보서비스와 업무의 무인ㆍ자동화를 통해 대중이 쉽게 이용하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를 말한다. 공항이나 철도, 백화점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설치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거나 제품 결제에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기차를 탈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사 먹을 때 심지어 공공기관에서 민원서류를 발급할 때도 키오스크를 이용한다. 이처럼 최근 공공, 민간 영역 가릴 것 없이 키오스크 설치가 급속히 늘고 있는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정보 제공 혹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인력을 그만큼 고용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람 대신 기계가 일을 처리하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한다.

여기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이 사람과 접촉을 꺼리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소비’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다 기술 발전이 더해지면서 ‘무인화 사회’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키오스크를 처음 접했을 때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연한 듯 데스크에 있는 직원보다 키오스크를 먼저 이용한다. 영화를 보러 갔을 때도 그렇고,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표를 살 때도,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의 입장에서 처음 느낀 당황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적응하고 익숙해지고 당연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낙오될 수밖에 없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지금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장애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높이가 맞지 않고,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음성 안내 시스템이나 점자 키보드도 없다. 

그들에게는 간단한 햄버거 하나도 혼자 힘으로 사 먹을 수 없는 세상인 셈이다. 이는 민간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키오스크 10대 가운데 4대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실태조사조차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허둥댈 때마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도움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들 입장에서 뭔가를 주문하는 간단한 일마저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는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지난달 25일 시각장애인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에서 선포한 ‘흰 지팡이의 날 기념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일권 양산시장은 “오늘 행사를 통해 시각장애인 여러분이 자립 의지와 자존감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양산시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자립 의지’와 ‘자존감’을 갖게 하기에 현재의 키오스크로 대표되는 무인화 사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는 언제나 사회의 합의나 논의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일 수 있다.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에 기술 표준을 반영하고, 사소한 부분만 개선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미 자동으로 높낮이를 조절하거나 자신의 휴대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등 다양한 키오스크가 개발돼 있다고 하니, 더 늦기 전에 정부나 국회의 정책적 대책 마련과 배려가 시급해 보인다. 아울러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양산시를 만들겠다”는 김 시장의 다짐처럼 양산시가 먼저 나서 무인화 사회 정책을 선도하는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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