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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고졸은 행정 보조도 못 하나요? ‘대학생 직무체험’의 역..
사회

고졸은 행정 보조도 못 하나요? ‘대학생 직무체험’의 역차별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20/01/14 09:25 수정 2020.01.14 09:25
방학 때마다 하는 대학생 직무체험
복사, 상품 포장 등 단순 업무 수행에
대학생만 참여 가능해 역차별 지적

사회생활ㆍ직업체험 기회 부족한
고등학교 졸업자에 더 필요한 사업

양산시가 지난 6일 대학생 직무체험 발대식을 진행했다. 대학생 100여명이 겨울방학을 맞아 지역 기업체와 공공기관에서 ‘체험’이란 이름으로 일할 예정이다. 이들은 주로 서류 정리, 복사, 상품 포장 등 단순 업무를 하게 된다. 양산시는 “이번 직무체험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직무체험 기회를 통해 앞으로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대학생 직무체험이 비(非)대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을 제기한다. 직무체험 참가 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에게 직장ㆍ사회생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하지만, 해당 업무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실제 대학생들 전공과도 무관한 일들이다. 굳이 그런 일을 대학생에게만 자격을 준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 또는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에 대한 사실상 차별이다.

오히려 대학생보다 사회 경험을 쌓을 시간이 부족한 고교생들에게 더 필요한 게 ‘직무체험’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러한 지적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7년 이후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본지가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양산시 역시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동의했다. 다만 “한정된 예산이다 보니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는 힘들다”면서도 “사업 과정을 지켜본 뒤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도 사업은 전혀 달라진 내용이 없다.

↑↑ 양산시가 지난 6일 대학생 직무체험 발대식을 진행했다.
ⓒ 양산시민신문

올해 또다시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자 오히려 사업 담당부서는 “25일간 진행하는 직무체험이 사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며 사업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고졸자는 대부분 취업 상태인 만큼 직무체험 기회를 줘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말도 해명이 될 수 없다.

비단 직무체험만이 아니다. 단기 해외 어학연수, 지방분권 대학생 서포터즈, 대학생 또래상담 동아리, 대학생 자원봉사, 경남도 대학생 취업 지원 등 행정에서 진행하는 다수 사업이 불필요한 역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양산지역은 기업 고용과 학생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 유치를 한목소리로 외치는 곳인데, 정작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셈”이라며 “우리나라가 대학진학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고졸자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69.7%다. 고교 졸업생 10명 가운데 3명은 대학생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학진학률은 2005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즉, 취업과 사회생활 기회를 얻어야 하는 비(非)대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위 교사 말대로 행정에서 비대학생에 대한 불필요한 차별 정책을 생각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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