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양산중학교 앞. 졸업식이 끝나자 졸업생들이 교문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학부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꽃을 든 학생도 거의 없어 마치 방학식 같았다. 20분쯤 지나자 학생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팔리지 않은 꽃다발만 자리를 지켰다. 같은 날 양산여자중학교 앞 역시 장사가 시원찮았다. 11시 30분이 지나자 꽃다발은 1만원에서 3천원이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신년회와 기업 행사, 지역 축제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며 화훼업계는 이미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14일 졸업식이 열린 양산여자중학교 앞에서 상인이 꽃을 팔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
화훼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훼경매장에서 졸화(졸업식용 꽃) 유찰률이 60%를 넘겼다. 100송이 가운데 60송이는 팔리지 않는 것이다. 남은 꽃은 폐기해야 한다. 일부는 경매장에 내놓지도 못하고 바로 분쇄기로 들어간다. 비닐하우스에는 아직 수많은 꽃이 남아 있어 농민들은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편의점ㆍ마트ㆍ홈쇼핑ㆍ온라인 등을 이용해 판로를 늘리기로 했다. 일부 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꽃 선물하기 운동을 하고 있다. 농협에서도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나섰다. NH농협 양산시지부는 지난 14일 양산시청 로비에서 꽃 나눔 행사를 개최했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현재 관련 부처와 업계에서는 화훼농가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는 시설과 자금을 지원해 졸화 농가를 분화(분재) 농가로 전환하게끔 유도하는 안이다. 그러나 화훼업계에서는 작물 변경은 당장 효과도 없고 일회성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수의 졸화 농가가 분화 농가로 바꿔버리면 이후 수요ㆍ공급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과 마트 판매에 대해서도 판로가 다양해지는 것은 좋지만,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신창현 양산시분화연구회장은 “정부와 관련 부처에서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인 대책을 고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