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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면은 면적이 148.11㎢에 이른다. 양산지역 전체 면적(485.16㎢)의 30%가 넘는다. 상북면과 하북면, 동면을 제외한 나머지 읍과 동을 모두 합한 면적보다 넓다. 물금지구대에서 가장 먼 배내골 장선마을까지는 순찰차로 서둘러 가도 40분 이상 걸린다.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3천431명, 2020년 1월 기준)가 적고, 특히 고령이 많은 시골이라 그나마 출동이 적은 게 경찰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현재 석재구 경위가 두 명의 의무경찰과 함께 낮에 원동면 전체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물금읍은 전체 면적이 19.61㎢ 정도다. 양산시 전체 면적과 비교하면 4%에 그친다. 문제는 인구다. 지난 1월 기준 11만 7천704명이 산다. 양산시 전체 인구가 35만1천168명이니까 약 33.5%에 달한다. 전체 면적의 4%에 불과한 도시에 지역 전체 인구의 33%가 사는 것이다.
물금지구대는 역사와 전통이 깊다. 일제로부터 광복하던 해 10월 양산경찰서 물금지서로 시작했다. 1993년 현재 위치에 청사를 신축, 1995년 물금파출소로 이름을 바꿨다. 2004년 물금지구대로 다시 이름을 바꿨고 2008년 청사를 증축, 새롭게 단장했다.
물금지구대는 4조 2교대로 근무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오후 6시 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교대 근무다. 홍기정 지구대장(경감)과 관리반원 진미선 경사를 포함 37명의 경찰관이 지역을 24시간 책임진다.
홍기정 지구대장은 내년이면 경찰복을 입은 지 30년이 된다. 김해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경남지방경찰청에서 11년을 근무했다. 양산경찰서에는 3년 6개월째, 지구대장은 1년째 몸담고 있다.
“우리 지구대 담당은 신도시로 급격히 성장한 곳이다 보니 젊은 인구가 많아요. 그래서 신고도 가정폭력이 가장 많고, 층간소음이 다음입니다. 대학교가 있어 어린 학생들이 취기에 일으키는 크고 작은 사고도 제법 있고요”
10년 사이 갑자기 성장한 도시, 그래서 크고 작은 사건ㆍ사고가 많은 물금은 마치 김해시와 비슷하다는 게 홍 대장 설명이다. 특히 20대 초반 청춘들이 술기운에 저지르는 사고가 잦다. 홍 대장은 “나이는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직 미성년자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행(?)이라면 홍 대장이 김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홍 대장은 “(김해 근무) 당시 노하우를 접목하니까 어느 정도 그림이 보였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처벌이 아닌 원활한 해결”이라고 말했다.
“칭찬해 주세요. 분명 더 잘할 겁니다”
김영민 경위는 다른 경찰관과 마찬가지로 물금지구대 근무의 어려움으로 ‘현장’을 손꼽았다. 본청에서 7년가량 근무하다 다시 지구대 근무를 시작한 그는 “본청은 (지구대에서) 한 번 걸러진 사건을 맡지만 지구대는 가장 먼저 민원을 마주하게 되는 곳”이라며 “예상하지 못한 내용,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 간혹 생기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마음 급한 신고자 입장에선 성에 차지 않는 법이다. 이해는 한다. 그래도 서둘러 현장에 도착했는데, 싫은 티, 미운 티 팍팍 내는 신고자를 보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늦게 왔다는 (사실은 늦지 않았는데도) 이유로 욕까지 하면 아무리 민중의 지팡이라고 해도 기분 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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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근무하다 양산으로 옮겨온 지 2년째인 강성주 경사 역시 경찰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다. 강 경사는 “뉴스에 (경찰과 관련해) 안 좋은 내용이 많이 나오다 보니 경찰에 대해 인식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 조직이 예전엔 그랬는지 몰라도 요즘은 정말 많이 깨끗해졌는데 시민은 아직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업무만 피곤한 건 아니다. 김민승 경장은 대구에서 출ㆍ퇴근하고 있다. 아내 직장과 이제 4개월 된 아기 때문이다. 왕복 3시간을 출ㆍ퇴근길에 소비해야 한다. 양산으로 발령 난 이후 4년째 이어지는 일상이다. 그런데도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웃으며 “괜찮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물금지구대가 첫 근무지인 김민준 순경은 본래 수사부서 근무가 꿈이었다. 그런데 막상 물금지구대 발령 이후엔 두루두루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사회 경험이 없던 터라 갈등이 발생한 사람들 틈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그는 시민이 무서워하지 않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경찰이 되길 꿈꾼다.
경찰 8개월 차. 취재 당일 4팀에서 3팀으로 자원 근무를 나온 조진영 순경도 물금지구대가 경찰 첫 부임지다. 조 순경은 “매 순간 내가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며 “조심스럽게, 그리고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관리반 진미선 경사는 물금지구대 ‘엄마’로 통한다. 본래 관리반 업무가 그렇다. 대원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챙기고, 전체 살림을 책임져야 한다. 그는 “낡은 시설에 올해는 예산까지 줄었다. 내가 (대원들) 뒷바라지를 잘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그래도 고생하는 우리 대원들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장은 물금지구대 경찰관을 “격려하면 더욱 열심히 일할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눈높이엔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혹시라도 길을 가다 경찰관을 보시게 되면 ‘수고하세요’ 한마디만 해주세요. 여러분 격려 덕분에 힘을 내고, 더욱 열심히 여러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미운 경찰도 분명 있다. 하지만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경찰이 훨씬 많다. 오늘 밤에도 어느 경찰은 취객의 욕받이가 될 것이다. 이들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