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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험지와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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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와 양지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0/02/18 13:15 수정 2020.02.18 13:15

 
↑↑ 홍성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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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동과 소주동, 평산동과 덕계동 등 웅상 4개동과 동면, 양주동을 한데 묶은 ‘양산 을 선거구’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다는 상징성에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국회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맞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거물급 정치인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국무총리 출신인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 대표가 맞대결을 펼치는 이른바 ‘종로대전’에 이은 또 하나의 전국적인 빅매치가­ 된다. 

그동안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밀양ㆍ창녕ㆍ함안ㆍ의령 선거구 출마 의사를 밝혀왔지만,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가 계속해서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PK 험지인 양산 을 선거구에서 김두관 의원과 ‘양산대전’을 치르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절반의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험지 출마를 거부할 경우 컷오프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던 만큼 김 위원장 발언은 홍 전 대표 발언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지난 14일 “(홍 전 대표) 혼자 판단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는 황교안 대표 발언으로 또다시 기류가 변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양산을 험지로 인정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PK는 (과거 선거에서) 빼앗긴 곳은 탈환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양산 을 선거구를 둘러싼 당내 상황이 급변하자 앞서 출사표를 던지고 활동해왔던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희ㆍ박인ㆍ이장권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양산시청에서 13일 국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은 ‘험지’가 아닌 ‘양지’라며 홍 전 대표와 공관위를 겨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경남의 험지는 김해 갑ㆍ을 선거구로, 이게 명분 있는 전략공천 아니냐”고 주장했다.

‘험지(險地)’는 말 그대로 ‘험난한 땅’으로, 정치판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선거구를 뜻한다. 반면,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큰 선거구는 ‘양지(陽地)’ 정도로 부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양산 을 선거구는 누구에게 험지이고, 누구에게 양지인가?

양산은 하나의 선거구였다가 지난 총선 때부터 갑과 을로 나뉘었다. 그 선거에서 민주당 서형수 후보가 당선했고, 문재인 대통령 사저도 있다. 특히, 2017년 대선 당시 양산에서 문재인 후보는 41.94%, 홍준표 후보는 29.57%를 득표해 큰 차이를 보였다. 경남 전체를 보면 양산과 김해 등 동부경남이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크다. 여기까지만 보면 민주당에 양지, 미래통합당에는 험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서형수 후보는 2만6천829표(40.33%)를, 당시 자유한국당 이장권 후보는 2만5천567표(38.43%)를 득표했다. 1천262표 차이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서형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역 프리미엄을 상실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전략공천을 통해 김두관 의원을 내세우면서 일부 당내 반발도 불어왔다. 경남은 전통적으로 미래통합당 텃밭이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불과 몇년 되지 않는다. 여전히 조직적인 측면에서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비해 더욱 끈끈하고 뿌리가 깊다. 단순히 민주당에 양지, 미래통합당에는 험지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홍준표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향에 나가면 손쉽게 당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산은 험지인 셈이고,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혈전을 치러야 하는 수도권 험지에 비해 양산은 양지인 셈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남 전체가 험지인데, 양산은 상대적으로 해볼 만한 양지인 셈이고, 김두관 의원 입장에서는 힘들게 기반을 닦은 김포에서는 편하게 당선할 수 있는데, 험지인 양산으로 내려온 셈이다. 결국, 험지인가 양지인가 하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다만, 이 논란에서 아쉬운 점은 논란의 본질이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이 당선 가능성을 두고 자신들 유불리만 따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당이나 후보자 모두 지역 발전과 화합에 도움이 될 인물인가, 그 지역 혹은 지역민과 궁합이 잘 맞는가, 꼭 지역 출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하고, 진정성을 보일 때 험지가 양지가 될 수도, 양지가 험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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