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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분명 힘들지만, 우리에겐 사명감이 있으니까요”..
사회

“분명 힘들지만, 우리에겐 사명감이 있으니까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20/03/03 09:29 수정 2020.03.03 09:29
양산치안1번지 - 서창파출소

ⓒ 양산시민신문

2003년 10월 15일 양산경찰서 산하 동부지구대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듬해 2월 동부지구대는 웅상지구대로 이름을 바꿨다. 다시 2006년 4월 20일 웅상지구대는 웅상파출소가 됐다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10일 다시 서창파출소로 이름을 바꿨다.

2007년 3월에는 서창지구대가 됐고, 2010년 5월 1일 서창파출소란 이름을 되찾았다. 서창파출소의 역사다. 2003년 개소 뒤 여러 번 이름을 바꾼 서창파출소는 2012년 12월 6일 현재 위치(삼호로 158)로 자릴 옮겨 지역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서창파출소 전체 근무 인원은 27명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김영산 파출소장(경감)과 안하영 관리반원(경장) 외 모두 4개 팀으로 2교대 근무를 한다. 1팀은 김성호 경위가 팀장이다. 황충석ㆍ옥경태 경위와 류승현 경장, 김휘재ㆍ김승환 순경이 한 팀이다.

2팀장은 이능식 경위다. 이광선ㆍ심정구 경위와 추지원 경장, 이황현ㆍ이윤정 순경이 같이 근무한다. 김순용 경위는 3팀을 이끌고 있으며, 김호천 경위, 양은혁ㆍ박상진 경사, 이종문ㆍ정재형 순경과 함께 지역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취재진이 파출소를 방문한 날은 4팀이 근무하고 있었다. 고병만 경위(팀장)를 필두로 전언중 경위와 이강진ㆍ김성환 경사, 김동현ㆍ송지욱ㆍ김효근 순경이 취재진을 반겼다.

경찰 생활 28년, 양산에서만 25년째 근무한 김영산 소장은 서창파출소에 대해 “양산경찰서와 지리적으로 가장 멀고, 공단이 많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만큼 불법 체류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마저 소통이 어렵다 보니 그들에게는 크고 작은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갈등을 가장 먼저 수습해야 하는 건 서창파출소 경찰들이다.

정신병원과 알코올 치료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도 경찰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특히,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병원 환자들이 제법 시장을 찾는다. 시장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행인과 싸움이 나기도 한다.

취재 당시 경찰 제복을 입은 지 한 달 남짓 된 김효근 순경은 “술에 취하면 우리가 도움을 드리려고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며 “취한 상태로 도움마저 거부하는 경우 솔직히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임용 10개월 차 김동현 순경도 비슷하다. 경찰학교에서 실습도 많이 했지만 역시 현장은 달랐다. “배운 것들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현장은 늘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변수 때문에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매뉴얼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는 김 순경은 “그나마 선배들의 노하우 덕분에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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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픈 트라우마, 보람으로 씻어내


사람만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니다. 한 번은 국도7호선 우회도로에서 새벽 시간 고라니가 차에 치인 사고가 발생했다. 당연히 서창파출소에서 가장 먼저 출동했다. 김 순경은 “상상 이상 처참한 현장”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도로는 온통 검은 피로 얼룩졌고, 고라니는 머리와 몸통이 따로 떨어져 있었다. 사체를 치울 때 느껴진 죽은 고라니의 따뜻한 체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역시 경찰학교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근무시간 긴장감은 고참 경찰도 마찬가지다. 12년차 경찰인 김강진 경사 역시 “신고가 언제 있을지 모르니 출근하면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늘 술 취한 사람에게 시달리고 갈등 속 해결사 역할을 하는 힘든 직업이지만 자신의 손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했을 때, 그런 고생을 씻어내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방금 신고 출동을 마치고 돌아온 고병만 팀장(경위)은 “이런저런 일 다 하는 게 경찰”이라고 말했다. 불이 나면 불이 난 곳에 가야하고, 술에 취한 사람도 챙겨야 한다. 말 안 통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어려움도 보살피고, 심지에 집회ㆍ시위 현장에도 빠질 수 없는 게 경찰이다.

고 팀장은 “정말 치안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업무도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우리가 해야 하고, 무엇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우리 본연의 임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이번에 경사 승진 시험에 합격한 김승환 경장 역시 “경찰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경험, 원하지 않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나 역시 짧은 경험이다 보니 더 오래가는 기억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그날의 기억들은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위로하고 내 직업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겨 낸다”고 덧붙였다.

모든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가 마찬가지겠지만, 양산은 경찰 인력이 특히 부족하다. 경찰관 1인당 책임져야 하는 인구가 다른 지역 경찰관들보다 월등히 많다. 회사에 다니다 늦깎이 경찰이 된 송지욱 순경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는 “우리는 다행히 4조 2교대 근무지만 아직 3조로 근무하는 파출소가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경찰 인력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인원 부족은 모든 문제의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다. 넉넉하지 못한 인력에 현장에서는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다. 밤과 낮을 바꿔가며 수많은 갈등과 마주해야 한다. 힘들고 때론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어깨에 걸친 무궁화, 가슴에 자리 잡은 태극문양, 무엇보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수식어가 사명감을 불태운다. 오늘도 순찰차는 사이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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