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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의외의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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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소득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0/03/10 09:15 수정 2020.03.10 09:15

 
↑↑ 홍성현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흔한 속담으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서울은 곧 목적, 즉 ‘성공’이다.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였던 조선 시대 이후 서울은 현재까지 수도(首都)로서 기능하고 있는데, 명실공히 사회ㆍ경제ㆍ교육ㆍ문화ㆍ예술 등 모든 분야의 중심이다. 

정보도 그렇다. 우리나라 언론은 전국구 방송과 중앙일간지 위주로 돌아간다. 물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어 가장 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한 국가의 언론 시장이 중앙에 집중된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기형적인 구조다.

물론 광역권을 기반으로 하는 일간지와 기초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하는 주간지 등이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대형 포털을 위시한 정보유통 구조의 변화로 존립 기반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지역언론이 생산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현실에서 지역언론은 아예 존재감이 없다. 네이버 PC 서비스의 경우 30~40여개 지역언론과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지만, 모바일 콘텐츠 제휴를 맺은 지역언론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하는 정보의 질이 그리 높지 않은 인터넷 기반 매체들의 기사도 포털을 통해 유통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독 지역언론만 외면당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 하지만 반대로 나머지 절반은 지역에 살고 있다. 비(非)수도권 지역도 그만큼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앙에 거의 모든 국가시스템이 몰려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서울에서 생산하는 뉴스만으로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정부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마스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현장에서는 고성과 몸싸움까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확진자 동선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마스크 판매 정보를 얻기 위해 분주하다.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제 살길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생산하는 정보는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양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본지는 코로나19 보도체제로 전환했다. 주간 단위로 발행하는 지면신문의 특성상,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면신문 발행을 축소하고, 홈페이지와 SNS(페이스북) 계정 등을 통한 신속한 정보 제공을 시작했다.
보도체제를 전환한 지 3주가량 지난 지금, 몇 안 되는 기자들은 과도한 업무량에 지치기도 하지만,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신문이 요즘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본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고, 본지가 생산한 정보의 확산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지역 정보를 전달해줘 고맙다는 칭찬과 댓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평소 누리지 못한 호사다.

그만큼 전국구 방송과 중앙일간지 위주의 기존 언론 환경에서 지역민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가적인 대형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을 때 지역민에게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지역언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언론은 그저 서울의 지역언론일 뿐이다.

지역언론은 지역민의 ‘눈’이자 ‘귀’이자 ‘입’이다. 지자체와 지역언론 그리고 지역민은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지만, 지역민이 지역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지역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던 것은 의외의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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