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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자수첩] 재난문자, ‘양치기 소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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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난문자, ‘양치기 소년’ 될라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20/03/17 09:13 수정 2020.03.17 09:13

 
ⓒ 양산시민신문  
“삐~ 삐~ 삐~~~”
요즘 사무실에서 기사를 쓰노라면 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다. 사무실 내 직원들 휴대전화에서 동시다발로 울리는 재난문자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 보니 재난문자 발송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환자 현황부터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확진자 동선’까지 알려주는 재난문자는 모두에게 소중한 정보가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누그러진다 싶은 요즘에는 재난문자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다. 재난문자는 특성상 소리가 크다. 알림 시간도 길다.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동시다발로 울리는 덕분에 깜짝 놀랄 때도 많다. 조용한 곳일수록 놀람의 정도는 더 크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재난문자는 많은 사람에게 긴급하고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 다소 시끄럽고, 때론 놀라는 일이 있더라도 빠르고 정확한 게 우선이다.

문제는 최근 도착하는 문자 가운데 상당수는 전혀 ‘긴급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전염 확산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라는 내용이나,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하라는 내용은 사실 재난문자 발송의 본래 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 마스크 5부제 안내 문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내용은 제도를 시행하기 전부터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들이다.

이렇게 덜 중요한(시급하지 않은) 재난문자를 남발하다 보면 사람들이 재난문자에 무던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기자 주변만 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난문자에 이미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들은 재난문자 알림이 울려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휴대전화 재난문자 수신 알림을 꺼두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재난문자는 결국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된다. 긴급하지 않은 내용의 재난문자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정말 시급히 전해져야 할 내용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발송한 재난문자는 2천577건이다. 1월에 보낸 재난문자와 비교하면 19배가 넘는다. 3월에도 지난 1일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보낸 문자가 무려 2천120건이다.

아무리 중요해도 남발하면 헤프게 된다. 헤픈 것은 관심을 끌기 힘들다. 정작 관심 가져야 할 것들을 오히려 방해하기도 한다.

이솝우화 속 ‘양치기 소년’은 세 번의 거짓말을 했다. 그 세 번의 거짓말은 훗날 결정적 순간 진실을 묻게 했다. 양치기 소년은 고작(?) 양을 잃는 것으로 끝났지만 우린 아니다. 재난문자가 우리 모두에게 조금 더 소중한 존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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