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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민 위해서라면 만능이어야죠. 경찰이니까요”..
사회

“시민 위해서라면 만능이어야죠. 경찰이니까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20/03/24 09:57 수정 2020.03.24 09:57
양산치안 1번지 - 중앙파출소

양산시 대표 번화가였던 중앙동
세월 흘러 ‘중심’에서 밀려나며
사건ㆍ사고 신고 많이 줄었지만
사람 간 크고 작은 갈등은 여전

불 꺼진 골목 구석까지 누비면서
22명 경찰관은 오늘도 치안 책임

중앙동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한 때(?) 양산의 중심이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고, 유동인구 역시 가장 많은 곳이었다. 사람이 많으니 덩달아 상점도 많았고, 식당과 술집에서는 손님들 목소리가 가득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중앙동이 ‘중앙’이었던 것은 ‘과거형’이다. 버스터미널이 신도시(양주동)로 옮겨가면서 상권은 급격히 쇠락했다. ‘새로운 도시’가 생기다 보니 중앙동은 어느새 ‘낡은’ 도시가 됐다.

사람들은 낡음을 버리고 새로움을 찾아 떠났다. 식당, 옷가게, 술집까지 새로움을 찾아 떠난 사람을 따라갔다. 미처 좇아가지 못한 식당들이 남아 장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나날의 연속인 경우가 많다.

중앙파출소의 옛 이름은 양주파출소다. 1996년 양산시 승격 때 중앙파출소로 이름을 바꿨다. 그때만 해도 양산의 중심답게 사건ㆍ사고가 잦았다. 그만큼 경찰로선 격무지 가운데 한 곳이었다.

올해 경찰 생활 30년째인 김순용 팀장(경위)은 20년 전부터 양산에서 근무 중이다. 중앙파출소만 4번째 몸담은 그는 “이곳은 양산 토박이들이 많아서인지 정서가 예전 그대로”라고 말했다.

2000년 4월 1일 처음 중앙파출소로 발령받은 김 팀장은 “그때와 지금이 달라진 부분을 말하라면 글쎄…, 분위기나 모든 게 정리된 느낌이랄까?”라고 말했다. 당시는 길 건너 양주동에 신도시 공사가 한창일 때였다. 반면, 중앙동은 화려했던 시기의 끝자락이었다.

“경찰 입장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사건ㆍ사고가 줄어든 거다. 상권이 줄어서인지 예전처럼 흥청대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강산이 두 번 바뀌지 않았나. 그러면서 시민의식이 높아진 것도 사건ㆍ사고가 줄어든 데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 양산시민신문

“출동했을 때 협조 안 하는 사람 많아”


순환근무 1년을 제외하고 20년 경찰 생활을 모두 양산에서 하고 있다는 배정태 경위도 “중앙동은 이미 슬럼화한 도시”라며 “경찰 입장에서 신고가 줄어든 게 장점일 수 있지만, 상인들 입장에선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신고 현장 상황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 자원근무를 나온 이석주 경위(4팀장)는 1990년 첫 임용지가 당시 양주파출소, 현 중앙파출소다. 롯데리아 건물 뒤에 파출소가 있던 시절인데 그곳에서 신입 시절을 보냈다.

“지역이 바뀌면서 솔직히 경찰 근무 여건은 좋아졌다. 예전에는 6명이 근무를 했는데 격일제도 제대로 못 지켰다. 1명씩 돌아가면서 쉬고 나머지는 계속 근무했다고 보면 된다. 대신 사람들도 순박했다. 출동 가서 따라오라고 하면 군말 없이 다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안 그렇다. 신고받아 출동해도 협조가 잘 안 된다”

신고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야간 업무는 힘들다. 이날도 여러 건의 출동과 신고를 접수했다.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발견한 한 시민의 신고는 결과적으로 차량을 특정하지 못해 단속할 수 없었다. 신고자가 말한 차량번호와 차적 조회를 통해 얻은 정보가 달랐기 때문이다. 야간이다 보니 신고자도 정확한 차량번호와 색상과 차종까지 확인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런 신고가 종종 있어요.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앞에 가고 있다고 전화 주시면 우리가 출동해서 검문하기도 하죠. 차적 조회를 통해 차량 소유주를 확인하고, 길목에서 검문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신고 정보가 정확하지 못해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음주운전 차량이 아니면 다행인데, 맞았다면 매우 위험한 거죠”

아무리 조용한 동네라고는 해도 신고는 늘 있다. 주차 문제부터 생활민원에 가끔은 폭행사고도 접수된다. 예상하지 못한 신고는 더 많다.

1년 1개월차 경찰관 정세림 순경은 “개가 돌아다녀 겁난다는 신고를 받은 적 있다. 솔직히 우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정 순경은 “시민으로서는 어떤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이 해결해주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경찰은 만능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그날 ‘아, 어쩌면 시민에게 만능이어야 하는 게 경찰의 역할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보 경찰관이 현장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이동하 순경은 정 순경보다 더 후임이다. 지난해 9월 경찰복을 입었다. 의무경찰 출신이라 나름 파출소 고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아직은 그런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고 있다니 다행이다. 의경 시절 112상황실 경찰관 모습이 멋있게 보여 꼭 한번 근무해보고 싶다는 이 순경은 “시민 가까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공감하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사소한 신고도 범죄 예방에 중요”


4년 차 경찰관으로 올해 승진을 앞둔 정한결 순경은 본청에서 중앙파출소로 옮긴 지 일주일 됐다. 연간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본청과 달리 매일 달라지는 현장 근무는 그만큼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경찰 임용 후 첫 근무지가 서창파출소였다. 그때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린 적 있다. 5층 높이 난간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동료들과 붙잡아 올렸는데,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사람 목숨을 살렸다. 경찰로서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 순경은 가족들에게 이 일을 전하지 않았다. 위험한 일을 한다고 가족이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석주 팀장과 함께 자원근무를 나온 이동렬 순경은 서른여덟에 경찰복을 입었다. 헬리콥터 운송회사에 근무하다 늦깎이 경찰이 된 경우다. 야간 근무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는지 민간인 시절에는 알지 못했다는 그는 현장에서 만난 시민이 건넨 ‘수고한다’는 한마디에 여전히 감동하는 새내기 경찰이다.

“때론 사소한 신고에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런 작은 신고들이 쌓여 맞춤형 치안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정한결 순경은 말했다. 이 말은 “범죄자를 검거하는 것보다 범죄가 안 생기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김순용 팀장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시민 관심과 신고가 우리 사는 곳을 더욱 안전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더불어 그렇게 크고 작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거부감보다는 호의로, 시비보다는 친절로 반겨줄 때 ‘민중의 지팡이’는 더욱더 튼튼해지는 법이다.

∎ 중앙파출소 이력

광복 직후인 10월 21일 양산경찰서 내 직할 파출소로 시작한 중앙파출소는 1965년 당시 양산면 북부리 402번지로 옮기며 ‘양주파출소’로 이름을 바꿨다. 두 번의 이사 후 1996년 양산시 승격과 함께 중앙파출소로 이름을 다시 바꾼 뒤 2003년 지역경찰제 운영으로 중부지구대란 이름을 잠시 달기도 했다.

중앙지구대로 다시 명칭이 바뀐 뒤 2007년 현재 위치인 북안남5길 11-16(북부동 330-2번지)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삼성파출소와 동면파출소가 분리돼 나가고, 2012년에는 양주파출소가 다시 떨어져 나갔다. 이후 중앙파출소로 이름을 다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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