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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술값 시비에 폭력까지… 그래도 이들이 있어 ‘안심’..
기획/특집

술값 시비에 폭력까지… 그래도 이들이 있어 ‘안심’

이미연 기자 shinye0213@ysnews.co.kr 입력 2020/04/07 13:29 수정 2020.04.07 13:29
양산치안 1번지 - 양주파출소

도시철도, 터미널, 젊음의 거리 있어
민원인 연령대 젊은 게 가장 큰 특징
주취자ㆍ폭력 관련 민원 줄었지만
학생 일탈 행위, 음주운전자 늘어

양주파출소는 중앙지구대를 중앙과 양주파출소로 분리하면서 2012년에 개소했다. 한 팀에 7인씩, 4조 2교대 체계로 돌아가며, 모두 32명이 근무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3팀 7명과 자원근무 2명을 합쳐 9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양주파출소는 담당구역에 시외터미널, 도시철도, 대형마트, 유흥가가 있어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신고 내용은 대부분 주취 폭력, 술값 시비 등이다.

문춘열 경위는 “다른 지역 민원인이 주로 장년층인 것과 달리 남부동과 중부동은 20대 초ㆍ중반 젊은 민원인이 대다수”라며 “자기 주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마셔서 인사불성이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지훈 순경은 “체감상 주취 관련 민원이 전체 민원의 70%를 차지한다”며 “요일로 따지면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 계절은 여름이 소위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은 상황이 다르다. 예전 같으면 ‘불금 저녁’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출동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하루 출동 건수가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 양산시민신문

김남기 경위는 “본래 야간 근무를 서면 하룻밤 동안 신고를 약 40건 접수했는데 요즘은 15건 정도”라며 “신고 내용은 주취 관련 민원이 대부분인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밖에서 술을 마시지 않아 신고 건수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줄었지만, 음주운전은 오히려 늘었다. 전수 검사하던 기존 단속방식을 선별단속으로 변경하자 음주운전 단속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리운전을 꺼리면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배명한 경장은 “요즘은 도로에 고깔을 S자로 설치해 선별단속하고 있다”며 “비틀거리는 차량에 한해 음주 측정을 하는데, 운전자들이 코로나19로 창문을 여는 것도 꺼려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양주파출소의 또 다른 특징은 아파트와 학교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도보 5분 거리에 아파트 6곳, 학교 4곳이 있다. 일부 청소년은 인근 아파트 상가에 숨어 일탈을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들의 비행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아, 학생 지도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임호현 경위는 “비행청소년 관련 민원은 인근 아파트 주민이 많이 신고하는데 음주ㆍ흡연이 대부분”이라며 “술과 담배를 어디서 구매했는지 물어봐도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했다’던가 ‘길에서 주웠다’고 둘러대 판매처 색출에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비행청소년을 보호자에게 인계하기도 쉽지 않다. 부모에게 연락해도 절반 이상은 연락을 무시한다. 김 경위는 “학생을 선도하는 것도 경찰의 역할이라 생각해 잘 타이르고 돌려보내지만, 얼마 뒤 똑같은 내용의 신고가 들어온다”며 “가정과 사회에서 이러한 청소년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민식이법이 통과하면서 스쿨존 또한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하교 시간에는 학원 차량과 학부모 차량 등이 줄지어 서 있어, 운전자 입장에서는 시야 확보가 어렵다. 박경석 경위는 “학교 인근은 단속카메라가 있는 곳을 피해 불법 주정차를 많이 해, 현장 순찰 외에는 적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많은 만큼 학원도 많아, 학원 차량의 교통사고도 위험 요소다. 두 달 전 경찰 배지를 단 조흥렬 순경의 첫 출동 역시 학원 차량과 일반 승용차의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조 순경은 “접촉 사고였는데, 다행히 학생은 타지 않은 상태였고 가벼운 사고여서 원만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업무용 PDA는 일반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생겨, 시민에게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김 경위는 “한 시민에게 ‘그렇게 휴대전화로 게임이나 하면서 돈을 받아도 되냐’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PDA로 업무를 보던 중이라 정말 억울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언뜻 보면 여유 부리며 딴짓을 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매 순간이 ‘출동 대기’인 상태다. 서하얀 경사 또한 “나도 평범한 시민일 때는 양산이 그저 평화로운 동네로 보였다”며 “막상 내려와 보니 서울에서 근무할 때보다 출동 건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안전하게 거리를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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