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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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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1/04/27 14:36 수정 2021.04.27 02:36

↑↑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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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대상에 대한 자극을 가장 크게 느끼는 신체 기관은 당연히 눈이다. 재미있게도 눈은 감아버리면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자체 기능이 있다. 인간의 머리는 360도 회전이 불가능하므로 눈으로는 한 방향을 주시하는 것만 가능하며, 동시에 두 곳 이상의 외부 대상을 인지할 수 없다. 이 외에도 거울이 없이는 자신의 눈으로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는 시각적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에 귀는 듣기 싫다고 듣지 않을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외부 청각적 작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눈과는 달리 수동적인 귀는 자극을 느끼는 대로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청각은 시각과 달리 입체적으로 체감하는 자극이라 피할 수조차 없다. 귀마개를 하면 소리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정 부분만 줄일 수 있지 폭발음과 같은 소리까지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다.

귀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명상법이 몇 가지 있다. 한 예로 내단(內丹) 수련 중에 ‘반청법’(返聽法)이란 것이 있다.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아서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으로 귀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심결에 쫓아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여운을 끝까지 따라가 단전에 모으면 된다. 예를 들어 좌종 소리가 들릴 때 그 소리의 끝을 쫓아가는 것이다. 소리가 완전히 그치는 순간이 바로 주객(主客)과 자타(自他)의 분별이 사라진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입정처(入定處)가 된다. 이렇게 소리에 대한 일념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단전에 몰입하는 수행이 반청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가(佛家)에서도 소리를 활용한 ‘이근원통’(耳根圓通) 수행이라는 것이 있다. 눈, 귀, 코, 혀, 몸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 가운데, 귀로써 나머지 감각을 두루 통한다는 의미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듣는 존재인 관세음(觀世音)보살과 연관이 있는 명상법이다. 이 명상은 소리에 대한 분별을 놓고 일단 듣는 것이다.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 물 소리 또는 노랫소리도 좋다.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 자체도 좋은 명상 주제가 된다. 그 소리를 ‘좋다’, ‘싫다’ 하는 관념을 놓고 우선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의 염불이나 주문(呪文), 독경(讀經) 소리도 집중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외부와 내부의 소리를 모든 분별과 주착을 내려놓고 무심히 들으며 ‘무엇이 이 소리를 듣는가?’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듣는 것을 되돌려서 자신의 본성이 이 소리를 듣고 자각함으로써 번뇌를 잊어버리고 정신이 하나로 통일된다. 이것을 ‘반문문성’(反聞聞性)이라고 한다. 즉, 듣는 성품 자체를 다시 반문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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