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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수승화강(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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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수승화강(中)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6/15 11:37 수정 2021.06.15 11:37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주천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닦을 수 있다. 하나는 의식적인 집중을 통해 이뤄지는 의념(意念) 주천이다. 스승의 지도가 동반한다면 의념으로도 충분히 주천이 가능하지만, 과도한 몰입에만 의지해서는 생각이 한 곳에 집착하게 돼 오히려 정신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경맥(經脈) 주천이다. 수승화강 작용으로 아랫배 하단전에 온기를 충분히 느낀 후에 주천을 행하는 것이다. 경맥 주천을 위해서는 기공이나 요가 등 수행이 수반돼 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물론, 주천은 의념ㆍ경맥의 두 가지 주천이 모두 합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임ㆍ독맥이 한 바퀴 돌게 되면 이를 ‘소주천’이라 하며, 전신의 기혈을 관통하면 ‘대주천’이라 부른다.

앉아서 명상할 때 혀끝을 입천장(윗니의 뿌리 쪽)에 붙이게 되면 독맥과 임맥이 서로 접촉하게 된다. 일종의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해 맑고 청량한 침이 입안에서 발생한다. 이때에는 그 침을 조금씩 나눠서 삼켜주는 것이 좋다. 동 · 서양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젊어지는 샘물’과 관련한 동화의 속뜻이 바로 수행에서 발생하는 타액이라는 설도 있을 만큼 명상 중에 발생하는 침은 건강에 이롭다. 다만, 침을 내기 위해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좌선 시에 발생하는 침은 체질에 따라 그 양이 다소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인 양(陽) 체질인 사람보다 음(陰) 체질의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으므로 침의 양만 가지고 좌선의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입을 다무는 것에 유의한 나머지 턱을 너무 강하게 다물게 되면 그 압력으로 흉곽 부위가 긴장하게 돼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수승화강을 위해서는 호흡이 화롯불을 강하게 지피는 풀무 역할을 하게 된다.(화후, 火候) 회음에서 독맥을 타고 기운을 상승시키는 과정에서는 들이마시는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고, 백회혈에서 임맥을 타고 기운을 하강시키는 과정에서는 내쉬는 호흡에 의식을 집중해 수화(水火)의 기운을 고르게 한다.

이 과정을 충실하게 닦아 아랫배에 온기가 느껴지고 입안에 침이 고이게 되면 수승화강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른바 하단전에 기운이 충만해지는 ‘축기’(蓄氣) 상태가 된다. 그러나 원불교 선의 관점에서는 축기를 육체적인 관점에만 한정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행의 기본인 마음기틀을 튼실하게 쌓기 위한 ‘축기’(築機)가 더 중요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머리가 아픈 것은 대부분 찬 것이 없고, 배가 아픈 것은 대부분 열로 인한 것이 없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열은 두통의 원인이 되고 기운의 적체(積滯)로 인한 냉기는 복통의 원인이 되므로 명상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머리와 가슴은 서늘하게, 아랫배와 수족(手足)은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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