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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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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시인과 책 숲 산책(散冊)-9]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1/07/02 15:25 수정 2021.07.02 15:25
대한민국 녹색시계/ 강수돌 외

이기철
시인
이 책을 손에 든 계기는 순전히 가덕도 때문이었다. 러ㆍ일전쟁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으나 속울음을 참고 있는 섬. 가만히 두어도 좋을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역할을 하는 그 섬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일사천리 진행되고 있는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 국토가 아무리 도시 인구가 전체 90%를 차지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대도시가 곧 대한민국인 것은 아니다.

마치 ‘떴다 떴다 비행기’만으로 신천지가 열릴 듯 호들갑 떨고, 반대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메아리로 사라지는 이 허망한 현실. 도대체 2021년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되는 장소.

절차와 상식도 뭉개버리고 개발이 곧 이익 창출이고, 경제 대국으로서 위치를 더 공고히 한다는 저 오만방자한 행태에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곳. 절대 용납하지 못할 삽질은 또다시 4대강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한숨과 한탄을 하고 있을 즈음 SNS에 ‘이 땅 주인은 우리!’라며 살림살이 하나라도 여기 그대로 두게 하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체나 조직도 아니지만, 예술인들 스스로 이곳에 공항을 세우는 것을 반대해 말 그대로 ‘가덕도 신공항 반대 예술행동’을 하는 이들.

그중에는 사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노래와 춤으로, 각종 퍼포먼스로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시간을 내고 자발적으로 모이는 작지만 울림이 큰 소리다.

책 표지와 뒷면

이들은 왜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가? 왜 반대 목소리가 중요한지를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지금 가덕도는 정확한 계획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아니다. 공사 기간도 문제지만, 항공수요 조사, 사전 타당성과 예비 타당성, 실시계획 승인, 공사 발주에 이어 착공과 준공까지 모조리 ‘특별법’이란 이름으로 무시되거나 간소화, 생략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정작 이런 사업으로 인해 없어지고 말 도시나 지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오히려 부ㆍ울ㆍ경 메가시티라는 거대 도시를 만들어 서울과 견줘 철도 항공, 항만 등에서 미래로 가는 백년대계 초석이 되게 하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가덕도 외양포 일몰(이인우 사진). 사진가 이인우 씨 허락을 얻어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이러한 논의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지역 파괴주의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또, 세대 간 환경 정의와 형평성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공항이 들어서면 분명 삶의 터전을 잃을 게 분명한 이들은 외면한 채 벌써 살지도 않을 이곳 땅값만 치솟고 있지 않은가.

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탄생 비화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숙제는 과연 깔끔하게 하고 있는가에서 출발했다. 기후위기 대응, 핵발전, 농업과 먹거리, 동물복지, 폐기물 처리, 국립공원 관리와 산림 보호, 4대강 복원 등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들 말이다.

10명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이러한 쟁점들을 하나하나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는 셈이다. 눈여겨볼 지점은 우리나라에만 들이댄 해결 기준이 아니라 세계 보편적인 잣대를 가지고 설명한다. 전 지구적 고민에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풀어나가자는 의미다.

사진 속 산이 항구에 잠기고서야 공항이란 걸 세울 수 있다.(이인우 사진) 사진가 이인우 씨 허락을 얻어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개선 의지가 미미한 정부에 대해서는 따박따박 따져 묻고 더 지체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진 이유를 묻고 탈탄소 사회로 가는 방향이 올바른지 지적한다. ‘탄소중립’이라는 애매한 표현은 어리석은 일이다.

향후 10년간 안전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10기에 달하는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 이동에 대한 촉구, 식량 자급 시대로 진입하는 필수 불가결한 정책을 따져 묻는다. 지적질만 하느냐고? 아니다.

국립공원은 ‘산’을 중심으로 그 지역 생태적 가치를 포괄해 지정하고 있다. 지역이 아닌 ‘생물종’을 기준으로 국립공원을 지정한다면 어떨지를 역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아무르표범을 보호하고자 러시아 정부가 연해주 남서부 중국, 북한과 접경지역에 있는 3개 보호구역을 묶어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일을 상기시킨다. 반달가슴곰 주요 서식처인 형제봉 일원을 지리산국립공원 일부가 아닌 ‘반달가슴곰의 숲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이다. ‘은하철도 999’도 아닌데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달리게 하겠다는 발상에 대한 일침이다.

환경시계가 가리키는 현재 시각

이 책은 수많은 물음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책은 물론 아니지만 2021년 ‘국토’라는 환자에 대한 질병 진단서임에는 틀림없다. 코로나19로 다행히 뒤돌아볼 기회가 다시 생겼다. 지난해 세계 환경위기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9시 47분. 12시가 되면 지구 멸망이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9시 56분이다. 이 개념은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 회의 이후 세계 100여국이 환경 관련 전문가 2천명이 참석한 환경위기 설문 조사를 토대로 했다. 1992년 당시 세계 환경 시계 시각은 7시 42분이었다. ‘나쁨’이 이제 ‘위험’이 됐다. 과연 대한민국 녹색 시계는 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을까?

주말에는 가덕도 외로운 마을 외양포 앞바다에 걸리는 붉은 노을에 미안한 마음 전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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