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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양산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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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양산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2/10 16:28 수정 2022.02.10 16:28

표병호
경남도의원
CCTV가 전국 어린이집을 묵묵히 지켜본 지 8년째다. 2015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지 햇수로 8년째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법 개정은 그해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사건이 계기가 돼 급물살을 탔다.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음식을 뱉었다는 이유로 4살 아이의 머리를 내려치고 남은 음식을 강제로 먹인 사건이다. 국민은 경악했다. 어린이집 한편에 설치된 CCTV가 없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진실이었다.

개정된 법률에 근거해 전국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된 후 지난 8년 동안 이 묵묵한 감시자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투영된 담론이 쏟아졌다. 교직원들은 보육교사 인권이나 교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이어갔고, 법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함에도 ‘어린이집 퇴소’를 각오하고 CCTV 열람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들 하소연도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자녀가 아동학대 또는 안전사고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의심될 경우 보호자가 어린이집 CCTV 영상 원본을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 과정에서 또 한 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양산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양산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13개월 아이를 발로 넘어뜨렸고, 그 과정에서 아이 아랫니 3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육교사는 ‘아이가 혼자 놀다 넘어졌다’고 해명했지만, CCTV가 지켜본 정황은 달랐다. 여기에 더해 CCTV 확인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 또한 지속해서 학대한 정황까지 포착됐고, 현재 학부모들은 경찰에 해당 보육교사가 근무한 지난 1년 치 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역시나 CCTV가 진실을 말하는 발언대에 섰고, 소리 없는 증언을 통해 아이들을 변호했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가? 여기에는 보육교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 개선, 양심적인 교육관 함양 부족 등에 대한 지적이 뒤따라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모든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그 결과가 ‘아동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CCTV라는 무언의 관찰자를 보육 현장 감독자로 규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세부적으로 다듬어 나가는 과정은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영유아의 방어권과 표현 권리를 확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가 합의한 관리이며 감독이다. 그것을 양산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명확하게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의심스러울 경우’ CCTV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의 맹점도 짚어봐야 한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학부모가 ‘의심스럽다’는 것을 인지할 시점에는 이미 상당 부분 학대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을 위해 어린이집 관리ㆍ감독 주체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테면 어린이집 인허가 요건에 원장에게 영상을 수시로 확인할 의무를 강제하는 조항을 두거나 행정청 지도ㆍ감독 매뉴얼에 책임자가 정례적으로 영상을 확인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하다.

양산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부모는 “일하러 나가는 것, 그게 뭐라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내 잘못인가 싶다”라고 울먹였다. 정말 그러한가?

아동복지에 대해 논하기는 쉽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고,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면 아동복지가 신장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보육시설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역설을 간과한 아동복지는 그 방향 자체가 왜곡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 합계 출산율 0명대라는 시대적 과제에 함의된 아동복지의 진짜 의미를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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