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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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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2/03/31 11:25 수정 2022.03.31 11:25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예수님은 온유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말씀하며, 자신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마11:28) 예수님은 자신을 두고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이니 너희는 내게 와서 배우라고 한다.

보통 온유하다고 하면 착한 사람, 유순한 사람, 싹싹하고 상냥한 사람, 잘 화를 내지 않고 얼굴에 평안한 미소를 짓는 마음 좋은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예수를 온유한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인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독사의 자식’이라며 쌍욕을 퍼붓기도 하고, 성전에서는 제물로 장사하는 장사치들의 상을 뒤엎고, 그들을 채찍으로 치면서 몰아내기도 했다.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이란 할 수 있는데도 예수는 자신을 두고 나는 온유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온유한 사람은 기질적으로 착하고 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헬라어로는 온유란 말을 ‘프라우스(πραϋς)’라 하는데, 이 말은 야생마를 길들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즉, 온유한 사람은 그 본성이 하나님께 길들여진 사람이다.

길들여진다는 말은 사실 그리 좋은 어감이 아니다. 오래전에 개를 한 마리 입양했다. 난 동물 학대라고 할 만큼 심하게 대하며, 어떻게 하든 길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나를 무서워하며, 내 말을 잘 듣는다. 이게 길들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개통령 강형욱이 개를 길들이는 방법을 방송에서 보게 됐다. 그는 개를 길들이는 네 가지 단계가 있다며, 이를 통해 개가 주인의 호의에 감동하고, 주인을 신뢰하고, 주인의 사랑에 감동해서 주인의 말을 순종하고 따르게 하도록 했다. 개가 주인의 진심에 감동해 주인 말이라면 무슨 말이라도 따를 준비가 된 것, 그래서 주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길들여진 것이며, 이렇게 해야 개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본성이 하나님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감화해 하나님께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온유한 마음이다. 우리 단단해진 마음의 밭이 완전히 갈아엎어지고 철저하게 부서져서 보들보들해지니 내 성질대로 내 맘 내키는 대로 내 멋대로 살아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는 선한 마음으로 대하고, 하나님께는 겸손히 순종하게 되는 것이다.

온유는 사자 같은 분노와 이리 같은 잔인함을 하나님에 의해 어린양처럼 양순하게 길들이는 것이며, 자기 고집과 아집을 꺾는 것이며, 자신의 악한 의지를 꺾는 것이다. 하나님에 의해 길들여진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다스리기에 온유한 사람이야말로 진정 강한 사람인 것이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16:32)

온유한 자는 선으로 악을 이기는 사람이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면서도 그 마음의 선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구약성경에 온유라는 말은 겸손이라는 말과 같은 단어다. ‘아나임’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상속받은 재산이 없어서 가난하고, 비천하고, 낮은 사람들, 남에게 억압받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사회적 하류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결코 교만할 수 없는 사회적 변두리에 속한 사람들. 그렇기에 서로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 내가 그만큼 어려움을 겪어 봤기 때문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기꺼이 보듬어 줄 수 있고, 기꺼이 그들의 삶을 불쌍히 여겨서 함께 참여하고, 자기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며, 어렵게 살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어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살만하다는 감동을 준다.

예수님은 온유한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땅을 기업으로 준다고 했다. 왜 그럴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길들여진 사람, 그래서 겸손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사람, 세상에 감동을 주는 그 사람들이 재물을 가져야 그 재물이 온전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 땅에 이런 부자들이 가득하길 바라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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